원주 홍천 편로컬맛집은 모두 모았다

원주 홍천 편로컬맛집은 모두 모았다

원주 홍천 편로컬맛집은 모두 모았다

안흥유람선 보물선이 난파된 태안 바다 위를 달리다

첫 번째로 방문한 원주의 맛집은, 바로 원주 자유시장 상가 지하에 위치한 ‘떡볶이 골목’입니다.

이곳은 오랜 세월 동안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게가 많습니다.

지하에 내려서자마자 한편에는 밀가루 반죽을 밀어 만두와 칼국수를 만드는 할머님들이 보이기도 하고

순대를 찌는 김과 여기저기서 다정하게 말을 건네는 상인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서면, 이렇게 새빨간 양념의 떡볶이를 무치고 있는 여러 분식집이 있습니다.

자그마치 10집은 족히 넘어 보이는 이 골목은 원주 사람들에게 ‘떡볶이 골목’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이곳저곳 모두 군침이 뚝뚝 떨어지게 맛있어 보이는 집들을 지나, ‘우정집’이라고 쓰여있는 집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곳에는 튀김과 떡볶이를 섞어서 3천원, 5천원 두 개의 사이즈가 있습니다.

만일 2명이 방문한다면 3천원짜리도 충분할 만큼 양이 많지요! 거기에 진-한 순대 국물은 서비스입니다.

어묵 국물과 순대 국물 중 선택해서 주문할 수 있지만 대부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순댓국물을 선호합니다.

바로 옆쪽으로는 순대와 내장고기를 파는 ‘순댓국집’들도 옹기종기 모여있으니, 취향껏 구매하여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이곳은 무려 30년이 넘게 이곳에서 매일 칼국수를 팔았던 ‘원주 칼국수’입니다.

칼국수 하면 보통 뽀얀 국물에 조개, 호박 등을 넣고 맑게 끓여 낸 모습을 상상하실 텐데요. 이 검붉은 국물은 바로, 된장을 풀어 만든 ‘장 칼국수’입니다.

식당을 들어서기도 전부터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는 가게의 메뉴판이 정겹게 느껴집니다.

문을 열기도 전부터 이미 구수~한 된장 냄새가 코를 찌는데요. 작은 공간에 삐걱대는 나무 의자가 있는 식당이었습니다.

가격은 6천 원에 칼국수, 칼수제비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호박이나 기타 채소가 없이 파, 배추만 들어가 있어 시원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입니다.

매일매일 새로 담그는 김치의 맛 또한 이곳을 방문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

원주 자유시장 건너편에는 원주 전통시장이 위치합니다.

이곳에는 갖가지 맛깔나는 반찬뿐만 아니라 메밀전병, 만두, 올챙이국수 등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중 단연 인기가 많은 곳은 메밀 전병을 판매하는 전집! 지글지글 기름 위로 속이 비칠 만큼 얇은 메밀 반죽이 올라갑니다.

쫀득한 메밀 피 위에 잘 익은 배추김치와 파를 얹어 부쳐내거나 배춧잎을 얹어 부쳐내면 완성입니다.

이 메밀부침이와 메밀 반죽에 빨갛게 양념 한 무채, 콩나물, 당면 등을 넣고 돌돌 말아 완성한 메밀 전병은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되어줍니다.

어르신들은 삼삼오오 모여 시원한 막걸리에 전을 죽죽 찢어 안주를 삼기도 합니다.

메밀전병 3줄에 메밀부침 4장을 숭덩숭덩 썰어 내놓는 이 한 접시는 불과 5천 원 한 장 저렴하면서도 맛있는 시장의 대표 먹거리입니다.

원주뿐만 아니라 평창과 정선에도 유명한 먹거리이니, 강원도 방문하신다면 쫀득한 메밀부침, 꼭 한번 드셔보세요!

원주에서 시장의 먹거리를 맛봤다면, 이젠 멀지 않은 홍천에서 로컬 맛 집을 찾아볼 차례! 첫 번째는 닭갈비를 먹으러 갔습니다.

춘천도 아닌 홍천에서 웬 닭갈비? 의아하실 텐데요. 홍천 사람들 사이에서는 춘천보다도 홍천이 닭갈비의 원조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홍천에는 맛있는 닭갈비 집이 즐비합니다.

안흥유람선 보물선이 난파된 태안 바다 위를 달리다

안흥유람선 보물선이 난파된 태안 바다 위를 달리다

안흥유람선 보물선이 난파된 태안 바다 위를 달리다

경남 창원에 가면 돼지와 관련된 여행지 두 곳

여름철 태안 여행은 백사장이 좋은 바닷가에 숙소를 잡아놓고 해수욕을 하면서 하루나 이틀 쉬는 게 정답이다.

물이 아직 차가운 오전에 관광지 한두 군데 돌아보고, 오후 내내 물놀이하면서 느긋하게 즐긴다.

태양이 뜨겁지만 바닷바람 덕분에 더위는 문제가 아니다. 바다 한가운데로 달려가는 유람선을 타면 바람이 더 시원하다.

산에 국립공원이 있다면, 바다에는 해안(해상)국립공원이 있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태안반도는 해안선이 아름답고, 기암절벽이 발달했으며, 눈부신 백사장이 많다.

가까운 바다에는 작지만 보석 같은 섬들이 흩뿌려졌다. 태안반도 일대의 해안과 섬을 엮어 태안해안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그 아름다운 자연을 눈에 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안흥유람선 타기다.

안흥내항과 신진대교로 연결된 신진도에 들어가면 안흥외항이 나온다. 섬 이름을 따서 신진도항이라고도 부른다.

이곳에 있는 안흥여객선유람선복합터미널에서 안흥유람선과 가의도행 여객선이 출발한다.

유람선은 비정기 운항하는 A코스(1시간 소요), 안흥 앞바다를 한 바퀴 돌아보는 B코스(1시간 30분 소요)

옹도에서 내려 등대를 보고 오는 옹도 하선 코스(2시간 40분 소요)가 있다.

옹도 하선 코스는 날씨와 파도에 따라 출항이 취소되는 경우가 있으니 미리 확인한다.

옹도 하선 코스가 이미 출발해, B코스 표를 사고 승선 카드를 작성한 다음 선착장으로 향한다.

‘유람선 타는 곳’ 간판 양쪽으로 건어물 매대가 늘어섰다.

여기서 주전부리나 안줏거리를 구입하는 이들이 많다.

매표소 매점에서 새우 과자도 한 봉지 살 것.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할 일은 없다. 유람선 내 간이매점에도 새우 과자와 음료수가 있다.

유람선이 출발하면 어디선가 갈매기 떼가 뒤따라온다. 새우 과자를 던져주면 ‘탁’ 소리를 내며 낚아채는 모습이 마냥 신기하다.

과자를 들고 팔을 뻗으면 가까이 날아와 잡아채기도 한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갈매기 먹이 주기에 신이 난다.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거리에서 우아하게 바람을 타는 갈매기는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다.

유람선이 섬에 다가가면 선장이 해설을 시작한다. 정족도는 가의도와 옹도를 제외하고 유람선 코스 가운데 눈에 가장 띈다.

식물이 거의 없는 바위섬으로, 가마우지 서식처다. 하얗게 뒤덮인 부분은 새 배설물이라고.

가의도는 안흥외항에서 여객선이 다닌다. 마늘로 유명한 태안에서도 가의도 육쪽마늘이 원조라고 한다.

가의도 동쪽에 활처럼 휜 해변이 있고, 그 남쪽 끝에 독특한 바위 세 개가 보인다. 사이좋게 선 형제바위, 끝이 뾰족한 돛대바위, 가운데가 뚫린 독립문바위다.

태안반도를 지켜준다는 사자바위, 섬 주민의 장수를 기원한다는 거북바위, 여자바위, 코바위, 물개바위 등 사연 있는 바위가 많다.

이 일대 마도해역은 조수 간만의 차가 커 물살이 빠르고, 바닷속에 암초가 많아 예부터 난파선의 공동묘지였다.

2007년 주꾸미 그물에 걸려 올라온 청자를 발견한 데서 시작된 태안선부터 2015년 마도4호선까지 난파된 고려·조선 시대 선박을 이 바다에서 인양했다.

가의도에서 서쪽으로 더 달리면 유인 등대가 있는 옹도에 이른다.

옹도 하선 코스를 이용하면 옹도에 내려 동백 숲과 옹도등대 등을 걸어서 둘러볼 수 있다.

옹도는 100년 넘게 출입을 통제하다가 지난 2013년부터 일반에 개방했다.

경남 창원에 가면 돼지와 관련된 여행지 두 곳

경남 창원에 가면 돼지와 관련된 여행지 두 곳

경남 창원에 가면 돼지와 관련된 여행지 두 곳

남해 두모마을 스노클링 흥미진진한 바다 놀이터

돝섬과 저도가 그곳이다. 돝섬은 마산항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섬으로, 황금 돼지 전설이 있다.

스카이워크로 인기를 끄는 저도는 바다를 끼고 걷기 좋다.

창원시는 옛 마산과 진해, 창원이 합쳐진 대도시로, 마산합포구 앞바다에 돝섬이 두둥실 떠 있다.

‘돝’의 돼지의 옛말로, 돝섬은 말 그대로 돼지 섬이다. 마산항에서 배를 타고 바람을 맞다 보면, 10분 만에 돝섬에 도착한다.

입구에 ‘복을 드리는 황금돼지섬 돝섬’이라는 환영 문구가 여행자를 맞는다.

섬에 들어서면 황금 돼지상이 눈길을 끈다. 배에서 내린 여행자는 황금 돼지를 어루만지며 사진 찍기 바쁘다

돝섬에는 전설이 있다. 가락국 왕의 총애를 받던 후궁 미희 이야기다.

미희가 어느 날 작은 섬으로 숨어들었다. 신하들이 환궁을 요청하자 미희는 황금 돼지로 변해 무학산으로 사라졌는데

이후 황금 돼지가 백성을 괴롭힌다는 소문이 떠돈 것. 병사들이 금빛 돼지에 활을 쏘자, 한 줄기 빛이 내려와 섬이 돼지가 누운 모습으로 변했다고 한다.

신라 때는 돝섬에서 밤마다 돼지 우는 소리가 나, 최치원이 섬을 향해 활을 쏘니 잦아들었다는 전설도 있다.

입구에 있는 황금 돼지상 뒤에 전설을 표현한 벽화가 보인다.

돝섬은 1982년 해상유원지로 탄생했다. 한때는 섬에 서커스장과 동물원, 놀이기구가 있었고, 섬에 들어가는 배를 타려고 인산인해를 이뤘다.

시대가 흐르면서 돝섬은 잊혀갔고, 잠시 문을 닫기도 했다.

민간 업체가 운영하다가 지금은 창원시에서 인수해 시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휴식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섬 입구에서 왼쪽으로 향하면 출렁다리가 나온다. 섬은 천천히 산책하기 좋다.

푸른 바다에 눈을 던지고 걷다 보면 월영대와 관련된 시비와 조각 작품이 하나둘 나타난다.

2012년 창원조각비엔날레 때 설치된 것으로, 생명의 근원을 씨앗 모양으로 표현한 ‘생명―영(影)’을 비롯해 여러 작품이 섬을 빛낸다.

곳곳에 핀 꽃을 봐도 즐겁다. 따스한 남쪽 지방이라 겨울이지만 동백꽃과 울긋불긋한 꽃이 꽃망울을 터뜨린다.

10분 남짓 배를 타고 가면서 과자 한 봉지로 갈매기를 유혹하는 재미도 있다. 열정적인 갈매기의 날갯짓에 미소가 절로 흐른다.

돝섬과 함께 돼지해에 가볼 만한 섬, 저도. 돼지 저(豬) 자를 쓰는 저도 역시 돼지 섬으로, 하늘에서 보면 돼지가 누운 형상이라 붙은 이름이다.

마산합포구 구산면에 자리한 저도로 가는 길은 바다를 끼고 달리는 드라이브 코스다. 길이 좁아 더 운치 있다.

꼬불꼬불 길을 따라가다 보면 저도가 눈에 들어온다. 저도는 돝섬과 달리 다리로 육지와 이어져 접근하기 편하다.

저도의 마스코트는 새파란 바다 위에 있는 새빨간 다리다. 이름 하여 ‘콰이강의다리 스카이워크’.

데이비드 린 감독의 영화 〈콰이강의 다리〉에서 따온 이름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 포로들이 콰이 강에 건설한 다리와 닮아서다.

구산면 구복리와 저도를 잇는 길이 182m에 폭 3m 다리로, 2017년 리모델링할 때 바닥에 강화유리를 설치했다.

다리를 건너며 유리 너머로 13.5m 아래 출렁이는 바다를 보는 맛이 짜릿하다.

입구에 귀여운 돼지 조형물과 사랑의 자물쇠, 느린 우체통 등이 있어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다.

남해 두모마을 스노클링 흥미진진한 바다 놀이터

남해 두모마을 스노클링 흥미진진한 바다 놀이터

남해 두모마을 스노클링 흥미진진한 바다 놀이터

괴산 수옥폭포와 용추폭포 소백산 치맛자락 아래 춤추는 물결

바다 향기는 남해 깊숙이 들어설수록 완연하다. 경남 남해는 여행길 마지막에 펼쳐 보고 싶은 아름다운 고장이다.

소담스런 어촌과 점점이 뜬 섬이 남해의 푸른 기운과 함께 다가선다.

상주면 두모마을은 남해가 간직한 소박한 체험 마을이다. 마을은 남해읍에서 상주은모래비치로 향하는 길목에 있다.

비탈진 샛길을 내려서면 다랑논 너머 녹색과 감색 지붕을 인 아담한 바닷가 마을이 모습을 드러낸다.

두모마을 주변으로 펼쳐진 풍광을 보면 남해의 고장에 들어섰다는 실감이 난다.

마을 뒤편으로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한 금산 봉우리가 드리워지고, 포구 건너편은 서포 김만중의 유배지인 노도가 가깝다.

우리나라 3대 관음 기도처인 금산 보리암, 《사씨남정기》 《구운몽》을 쓴 서포 김만중의 사연을 더듬다 보면 시간은 더디게 흘러간다.

시골 마을과 문화, 해양 레저가 어우러진 두모마을은 외국인에게도 인기다. 가을이면 외국인학교 학생들이 즐겨 찾는다.

‘바다 놀이터’를 지향하는 두모마을의 관광 두레 체험은 잔잔한 해변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두모마을의 옛 이름은 드므개마을이다. ‘드므’는 예전 궁궐에서 쓰던 물 항아리로, 마을 앞 바닷가가 큰 항아리처럼 움푹 들어간 모양이다.

남해의 앵강만이 타원형이고, 앵강만에 위치한 두모마을의 바다 역시 항아리 모양이라 파도를 막아낸 해변은 더욱 고요하고 아늑하다.

마을에서 인기 있는 체험은 초보자도 쉽게 도전하는 바다 카약이다.

파도가 잔잔한 두모마을 앞바다에서 노를 저어도 좋고, 노도 인근까지 다가설 수도 있다.

포구에서 카약에 몸을 실어 해변 가까이 들어서면 마을 뒤로 금산과 부소대가 펼쳐진다.

김만중이 글을 쓰며 유배 생활의 마지막을 보낸 노도는 ‘노도 문학의 섬’이라는 타이틀로 무게를 더한다.

카약을 타고 나서면 포구 옆 바다에서 곧바로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다.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한 앵강만의 두모마을 일대는 바닷속 풍경이 매력적이다.

바다에는 감성돔, 복어, 열대어 등이 서식한다. 물안경을 쓰고 바닷속에 코를 박으면 물고기들이 움직이는 광경이 선명하게 다가선다.

마을 앞 모래밭은 꼬마들의 놀이터다. 아담한 해변은 두모마을의 안락한 휴식과 체험을 완성하는 곳이다.

금산 자락에서 흘러내린 냇물과 모래밭이 만나는 포인트에도 물고기가 많다.

모래 해변에서 물놀이와 스노클링을 하거나, 낮은 파도에 몸을 맡긴다.

간조 때 호미로 조개를 캐도 재미있다. 이밖에 마을 앞바다에서 바나나보트, 바다 래프팅 등 해양 레저를 즐기고, 예약하면 통발이나 낚싯배 체험도 가능하다.

흥미진진한 해변을 벗어나면 한적한 마을 길이 이어진다. 냇물이 동네를 가로질러 흐르고, 빛바랜 폐교와 마을회관, 벼가 익어가는 논, 붉은 고추밭 등이 펼쳐진다.

두모마을 다랑논에는 봄이면 유채꽃, 가을에는 메밀꽃이 핀다. 올해는 가물어 늦어진 메밀 파종이 주민의 걱정거리다. 마을에서는 들꽃 탐방과 농사 체험도 진행한다.

골목 곳곳에는 두모마을을 알리는 익살스런 벽화가 있다. 벽화 중 일부는 외국인 관광객이 남긴 것이다.

덜컹거리는 완행버스가 멈추는 정자 아래서 할머니들의 옛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주민이 두런두런 전하는 사연이 두모마을에서 보낸 하루를 살갑게 단장한다.

괴산 수옥폭포와 용추폭포 소백산 치맛자락 아래 춤추는 물결

괴산 수옥폭포와 용추폭포 소백산 치맛자락 아래 춤추는 물결

괴산 수옥폭포와 용추폭포 소백산 치맛자락 아래 춤추는 물결

따사로운 품격 있는 삼척 속으로

소백산맥에서 뻗어 내린 높고 낮은 산이 그림처럼 둘러싸고, 소백산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계곡의 절경을 만드는 고장이 충북 괴산이다.

여행길 어디서나 소백산 치맛자락을 적시며 춤추듯 휘돌아 가는 물줄기를 만나고, 동양화 한 폭을 감상하듯 눈이 시원하다.

에어컨이나 선풍기는 흉내 내지 못할 청량함과 장쾌함을 선물하는 수옥폭포와 용추폭포를 만나러 간다.

연풍면에 자리한 수옥폭포는 약 20m 높이에서 떨어져 내리는 물줄기가 장관이다. 조령산(1017m) 능선 서쪽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빚어낸 절경이다.

연풍 현감 조유수가 1711년(숙종37) 숙부 조상우를 기리기 위해 지은 수옥정이 폭포를 내려다보는 자리에 있다.

현재의 정자는 1960년에 새로 지은 것으로, 그림 같은 폭포와 정자가 어우러져 영화나 TV 사극의 단골 촬영지가 되기도 했다.

두 팔을 벌려 감싸 안은 듯 이어지는 기암 가운데로 계단처럼 반듯한 암반을 때리며 흘러내리는 폭포의 물소리가 머리까지 맑게 한다.

문경새재나 이화령을 오가던 옛사람들도 이 폭포를 보며 더위를 식히고, 고된 걸음을 쉬었으리라.

수옥폭포 위쪽에는 괴산군이 운영하는 수옥정 물놀이장이 있다. 계곡물을 이용한 야외 수영장으로 어린이에게 인기다.

이용료가 저렴하고 캠핑장도 함께 있어 편리하다.

울창한 숲 속을 지나는 약 700m 산책로 끝에 용추폭포가 있다.

높이 약 10m로 너른 암반을 통과해 쏟아지는 폭포가 장관이며, 가뭄에도 풍부한 수량을 자랑한다.

전국에 이름이 같은 폭포와 계곡이 많지만, 괴산의 용추폭포는 초록 숲과 선명하게 대비되는 하얀 물줄기가 청량함을 뽐낸다.

우렁차게 쏟아지는 물소리가 깊은 숲 속에 메아리를 만들어 귀로 즐기는 피서가 되어준다.

폭포를 감상하기 좋은 자리에 전망 데크가 설치되었으니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용의 발자국을 찾아보자.

폭포가 떨어지는 암반 주변에 움푹움푹 파인 자리가 용의 발자국이라 전한다.

폭포 아래쪽에서 접근하는 것보다는 폭포 위쪽 사기막골에서 내려가는 것이 수월하다.

계곡에 발을 담그고 쉴 수 있는 자리도 이 길에 있다. 조선 시대 선비들은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계곡을 찾아 심신을 수양하고 학문에 매진했다.

계곡의 명소에 특별히 이름을 붙이고 노래를 짓는 선비들의 풍류를 구곡(九曲) 문화라 부른다.

화양구곡, 선유구곡, 쌍곡구곡 등 괴산의 계곡은 옛사람들의 멋과 사상이 함께 흐른다.

우암 송시열이 1곡 경천벽부터 9곡 파천까지 이름을 붙이고, 4곡 금사담에 암서재를 짓고 은거한 곳이 화양구곡이다.

속리산국립공원 화양동분소에서 출발해 화양천을 거슬러 오르며 약 3km에 자리한 화양구곡을 만난다.

수량이 풍부한 물줄기를 따라 너른 암반과 하늘로 치솟은 기암절벽이 이어지고, 울창한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한여름 더위를 잊게 한다.

따사로운 품격 있는 삼척 속으로

따사로운 품격 있는 삼척 속으로

따사로운 품격 있는 삼척 속으로

진짜 토박이가 추천하는 철원 맛집

쇠심줄 같던 잎맥에 힘이 빠졌나 보다. 나뭇잎이 벌써 바닥에 깔려 바스러지고 있다.

삼척 취재 중 가을 앓이가 도졌고, 온갖 잡생각이 끊이질 않고 머릿속을 헤집으니 걸음이 시시때때로 멈춘다.

나무, 바위에 꽂힌 시선은 쉬이 빠지지 않았고 미처 시선을 거두지 못한 채 발걸음을 재촉하며 여정을 이어갔다.

삼척에는 온 국민이 알만한 인지도 높은 관광지가 드문 편이다.

삼척시의 관광지도를 펼치면 환선굴을 제외하고 가보지는 않았지만 유명세를 타서 친숙한 관광지가 딱히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직접 가서 둘러보고 문화해설을 들어보면, 쉽게 잊을 수 없는 고유의 향이 마음에 스며든다.

어느 곳, 어느 땅에 서더라도 그곳은 설명하기 어려운 특별함이 있음을 일깨워준 삼척, 그 첫 목적지는 코스모스 꽃밭이다.

코스모스가 파도친다. 성격 급한 일부만 꽃을 피운 상태지만, 노랑, 분홍, 흰 코스모스가 파스텔 톤으로 살랑거리는 것이 장관이다.

눈길을 돌려 주위를 살펴보니, 산이 사방으로 솟아 있다. 고운 능선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니 하늘이 예쁘게 오려진 하늘색 종이 같다.

그 아래로 코스모스가 주인공처럼 무대를 장악한 모습이다. 한 주민의 텃밭으로 보이는 곳, 산 중턱에 너른 터 등 아기자기한 코스모스 꽃밭도 눈길을 끈다.

10월 12일부터 21일까지 열리는 코스모스 축제장, 삼척시 미로면 내미로리 일대의 9월말 풍경이다.

얼마 후면 만발할 꽃 사이로 얼굴을 내민 사람들, 카메라 셔터 소리로 시끌벅적할 것이다.

좁은 수로를 따라 꽃밭 중심부로 들어갈 수 있는데, 이 길을 걷다가 신발이 젖을 수 있으니 장화 또는 샌들을 준비하면 좋겠다.

사진을 찍으러 간다면 삼각대도 큰 도움이 된다.

왕의 코스모스 축제는 이번이 제1회, 첫선을 보이는 삼척의 야심 찬 작품이다.

굽이진 길을 따라 산속으로 꽤 들어와야 하는 내미로리 일대는 그야말로 깊은 산골마을.

이곳 주민이 점점 고령화되면서 비옥한 땅임에도 노는 땅이 늘어가는 실정이었다고 한다.

이에 삼척시가 나서서 코스모스를 활용한 축제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외진 산골마을은 공기도 좋고 물도 맑아 참 좋다. 하지만 마을은 절반이 노인, 절반이 허름한 집이라 떠나는 길에 마음이 시리곤 했다.

그래서일까. 깊은 산골에서 펼쳐지는 코스모스 축제가 더욱 반갑다. 마을 주민도 좋고 여행객도 좋은 이번 축제에 많은 기대를 해본다.

코스모스 꽃밭에 정신이 팔려 왜 축제이름에 ‘왕’이 들어가게 됐는지 뒤늦은 궁금증이 난다. 이를 해결해줄 다음 행선지는 가까운 곳에 위치한 ‘준경묘’이다.

주차장에서 약 1.8km를 걸어가야 한다. 초반에 깔딱 고개라고 불리는 오르막이 있는데, 경사가 이름값을 한다.

오르막 후 내리막 있다고 했던가. 준경묘 가는 길은 오르막 후 삼척 10경 중 한 경치가 펼쳐진다.

진짜 토박이가 추천하는 철원 맛집

진짜 토박이가 추천하는 철원 맛집

진짜 토박이가 추천하는 철원 맛집

산골 역과 무쇠다리 마을 여름 여행 소백산역과 무쇠달마을

청정 자연과 힐링이 공존하고, 두루미와 철쭉의 고장으로 알려진 철원. 과연 철원 토박이가 추천한 맛집은 어디일까요?

“대한민국 구석구석” 페이스북 채널에서 투표를 통해 선정된 철원의 맛집으로 취재단이 직접 다녀왔습니다.

철원오대갈비는 철원에서는 맛집으로 통하는 곳입니다.

수경재배로 키운 물고추냉이 잎을 갈아 돼지갈비를 숙성시킨 고추냉이 돼지갈비가 유명한데요.

갈비를 굽기 전 자세히 살펴보면 석쇠가 다른 곳에 비해 독특합니다.

실처럼 가느다란 석쇠가 돼지갈비가 금방 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해요. 갈비는 말할것도 없이 특별한 맛. 고추냉이로 돼지갈비의 느끼함을 잡아줍니다.

고기인데도 깔끔한 매력이 느껴지는데요. 거기에 철원오대쌀로 지은 밥까지 모두 철원에서 자란 것으로 만들어 신선함까지 더했습니다.

1965년에 오픈하여 지금까지 꽤 오랜시간 자리를 지켜온 중화요리집.

찾아가는 길 내내 네비게이션을 의심하게 되는 곳.

주변에 보이는 것이라곤 논과 밭 뿐.

좁은 1차선 도로를 지나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서야 비로소 찾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식당 안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짬뽕을 먹고 있었기에 고민 없이 짬뽕으로 주문.

주문이 들어간 후 만들기 시작하여 음식이 나오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리는 편입니다.

기다리던 짬뽕을 받아 든 비주얼은 생각보다 평범했습니다.

고기와 바지락 그리고 오징어가 일반 짬뽕에 비해 많았는데요. 국물을 한 숟갈 떠 마셔보니 수십년간 인기가 있던 비결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불 맛이 입안 가득 퍼지는 칼칼한 맛. 술 먹은 뒤 생각나는 얼큰한 해장 국물.

철원에 간다면 찾아가는 길이 다소 힘들지라도, 고향식당이라는 상호명과 중화요리가 잘 매치가 안 될지라도 꼭 들러 맛을 봐야 할 추천 맛집입니다.

몇 년 전 TV 프로그램에 소개되어 더욱 유명해진 한탄강매운탕. 이 가게의 특징은 민물 매운탕의 단점인 비린 맛이 나지 않는 다는 것.

한탕강 매운탕 가게이름 그대로 한탄강에서 민물고기를 잡아 매운탕을 만드는 곳입니다.

메기요리 전문점 답게 매운탕에는 메기가 들어갑니다.

수경재배로 키운 물고추냉이 잎을 갈아 돼지갈비를 숙성시킨 고추냉이 돼지갈비가 유명한데요.

갈비를 굽기 전 자세히 살펴보면 석쇠가 다른 곳에 비해 독특합니다.

실처럼 가느다란 석쇠가 돼지갈비가 금방 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해요. 갈비는 말할것도 없이 특별한 맛. 고추냉이로 돼지갈비의 느끼함을 잡아줍니다.

고기인데도 깔끔한 매력이 느껴지는데요. 거기에 철원오대쌀로 지은 밥까지 모두 철원에서 자란 것으로 만들어 신선함까지 더했습니다.

1965년에 오픈하여 지금까지 꽤 오랜시간 자리를 지켜온 중화요리집.

찾아가는 길 내내 네비게이션을 의심하게 되는 곳.

메기가 통째로 매운탕에 들어가 있어서 비주얼은 어색한 감이 있지만 맛은 기대 이상! 부드러운 식감의 메기와 수제비가 매운탕의 맛을 더해줍니다.

산골 역과 무쇠다리 마을 여름 여행 소백산역과 무쇠달마을

산골 역과 무쇠다리 마을 여름 여행 소백산역과 무쇠달마을

산골 역과 무쇠다리 마을 여름 여행 소백산역과 무쇠달마을

아직 기억한다 산골 탄광마을의 흔적을

무쇠달마을은 소백산역이 있는 마을이다. 산자락 경사지에 옹기종기하다.

죽령옛길 진입 마을이자 소백산 3자락길 시작점으로 알려졌지만, 풍기 사람에게는 손쉽게 떠날 수 있는 동네 피서지다.

물론 무쇠달마을과 소백산역이 주는 아기자기한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무쇠달마을은 오랫동안 알려지지 않은 산골이었다. 북적대는 희방계곡을 피해 풍기 사람들만 간간이 찾아들었다.

무쇠달마을이 알려진 건 죽령옛길을 복원하고 소백산자락길이 지나면서부터다.

죽령옛길은 우리나라 최초의 길 문화재로, 지난 2007년 명승 제30호로 지정되었다.

삼국사기에 “신라 아달라왕 5년(서기 158년)에 비로소 죽령길이 열렸다”고 적혀 있으니 1,900년 가까운 시간이다.

소백산역은 무쇠달마을의 랜드마크였다. 1942년 4월 간이역으로 문을 열었고, 한국전쟁 중이던 1951년에 보통역으로 승격했다.

한동안 대부분의 기차가 소백산역에서 정차했다. 소백산과 가장 가까운 기차역으로, 희방계곡을 지나 연화봉으로 올랐다.

그때 소백산역을 찾았던 이들에게는 희방사역이라는 옛 이름이 더 친숙하다. 불과 5~6년 전까지만 해도 그리 불렸다.

희방사는 희방계곡에 있는 사찰로 무쇠달마을과는 각별한 관계다.

무쇠달은 무쇠다리를 의미한다.

수철리의 옛 지명도 수철교(水鐵橋)리였다.

이름과 관련한 일화는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라 선덕왕 12년, 희방사 두운스님이 비녀가 목에 걸린 호랑이를 구해줬다.

호랑이는 은혜를 갚으려고 서라벌 호장 유석의 딸을 데려다 바쳤다. 두운스님은 크게 노하며 유석의 딸을 서라벌로 돌려보냈다.

호장 유석은 이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희방사 가는 개울에 무쇠다리를 놓았다는 전설이다. 그러니 그 이름을 어찌 쉽게 지워낼까.

지금도 소백산역 간판 옆에 희방사라는 역명이 함께 적혀 있다.

기차표를 예매할 때도 희방사역이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지난 5월에는 영화 <소백산역>을 촬영했다. 산골 작은 역을 살리려는 역무원과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다.

무쇠달마을은 그 자체로 영화의 이야기이고 생동하는 세트다.

2014년에는 간이역 문화 프로젝트 사업이 시행되었다. 소백산역 역시 문화역으로 변모했다.

기차역 본연의 역할은 물론 소백산과 무쇠달마을의 정취를 담고 있다.

역 안에서는 마을의 수호신 다자구할머니가 이야기를 건넨다. 과거 죽령옛길은 산세가 험하다 보니 산적이 자주 출몰했다.

산적에게 아들을 잃은 다자구할머니는 아들을 찾는 척하며 산적 소굴로 들어갔고, 관군은 할머니의 신호로 산적을 소탕할 수 있었다.

그때 산적들이 자고 있으니 공격하라는 신호가 ‘다자구야’, 안 자고 있다는 신호가 ‘돌자구야’였다.

벽에는 무쇠달마을 노래와 함께, 죽령옛길에서는 ‘다자구야’ 하고 인사하면 ‘돌자구야’ 하며 받는다고 적혀 있다.

소백산역을 둘러보고 계단을 내려가면 무쇠달마을 갈림길이다.

북쪽은 희방계곡의 물길이 마을을 가른다. 희방사까지 잇는 희방사옛길로 도로가 발달하기 전에는 희방사와 소백산을 걸어서 오갔다.

1시간 30분쯤 걸리는데 희방폭포 등이 있어 다녀올 만하다. 하지만 여름에는 마을 구판장휴게소까지 가벼운 산책으로 대신한다.

아직 기억한다 산골 탄광마을의 흔적을

아직 기억한다 산골 탄광마을의 흔적을

아직 기억한다 산골 탄광마을의 흔적을

학교 앞 분식집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던 추억

이번 태백 여행의 주인공은 불이다. 석탄과 탄광 그리고 광부의 흔적을 따라갈 예정이다.

‘검은 황금’으로 불리던 석탄을 빼고 태백의 역사를 이야기하기란 곤란하다.

1981년, 장성읍과 황지읍이 태백시로 승격된 것 역시 탄광 덕분이다.

탄광마을의 최전성기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태백이 품은 공간은 그대로이지만 넘치던 사람들 떠나버린 탄광마을은 쓸쓸하다.

홀로 남겨진 탄광마을의 쓸쓸함을 오롯이 품은 철암역과 광부들의 생활터전이던 상장동 남부벽화마을을 중심으로 태백체험공원과 태백석탄박물관까지 살필 예정이다.

본격적인 태백 탐험 시작 전 색다른 여행을 위해 한 가지 팁을 추가한다.

2013년 4월부터 서울에서 출발해 제천~태백~영주를 순환하는 중부내륙순환열차(O-train)가 운행을 시작했다.

중부내륙순환열차 패스권(어른 2일권 6만6100원, 3일권 7만7500원, 기간내 무제한 이용가능)을 구매하면 철암과 분천을 왕복하는 백두대간협곡열차(V-train)까지 이용할 수 있다.

중부내륙순환열차 승차권(서울~제천 1만8900원, 서울~영월 2만2100원, 서울~태백 2만7700원, 서울~분천 3만2100원

서울~단양 4만2900원)을 구매할 경우에는 백두대간협곡열차 승차권(편도 8400원)을 따로 준비해야 한다.

이곳 태백이 한창일 때, 탄들이 오고가며 보았을 풍광과 비슷하지 않을까.

태백에서 석탄이 발견된 것은 1920년경. 장해룡이라는 사람이 금천골 먹돌배기의 개울가에서 처음 발견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곳은 석탄이 발견되기 전에도 땅이 검었고 비가 오면 계곡물도 검게 물들어 예부터 ‘거무내’라고 불렸다.

석탄을 알아본 일본인들은 태백에 탄광을 만들었다. 일제강점기였다.

광복의 기쁨을 채 누리기도 전 발발한 6·25전쟁으로 광산산업은 발전할 틈이 없었다.

탄광산업이 부흥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 이후 경제개발 5개년 등의 산업발전과 맞물리면서 부터였다.

태백뿐 아니라 정선·삼척·영월·보령·문경·화순 등의 탄광도시가 태어났다.

탄광산업이 활성화되자 ‘한 밑천’을 꿈꾸는 이들이 전국에서 작은 산골 마을로 몰려들었다.

화전민들이 흩어져 살던 태백은 무려 13만 명이 넘는 거대한 탄광도시가 되었다. 그 주역은 탄광노동자, 광부와 그의 가족들이었다.

광부들은 함백·태백·연화·백병산 등을 파헤치며 불을 품은 검은 돌을 캐내 사람들에게 온기를 전했다.

“당시 대졸 초임 월급이 5만원 안팎이었는데, 탄광노동자들 월급은 20만원 정도였어요. 전국에서 일하겠다고 몰려들었죠. 대졸자들도 많았어요.

이 산골에 칼라TV며 전화기가 집집마다 있었답니다. 개도 만 원 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풍문은 괜한 말이 아니었지요.

돈도 사람도 넘쳐났습니다. 그만큼 유흥문화도 발전했지요. 고된 노동, 알 수 없는 내일에 대한 불안함을 술이나 유흥으로 풀려고 했으니까요.”

태백 토박이 신동일 문화해설사의 설명이다. 그의 아버지는 광부였다. 돈이며 사람이 넘쳐나던 탄광도시 이면의 슬픔도 빼놓을 수 없다.

탄을 캐던 막장에서는 사고가 끊이지 않았고 이는 광부들의 생명과 직결되었다.

태백 시내 연화산 자락에 세워진 산업전사위령탑이 그들을 기린다. 목숨을 걸고 탄을 캐던 광부들의 일터를 ‘막장’이라 한다.

물질적 풍요와 생사를 건 노동을 오가며 위태롭게 반짝이던 태백의 호황은 1990년대 들어 사그라지기 시작한다.

정부의 석탄합리화정책으로 대부분의 탄광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일터를 잃은 광부들 역시 태백을 떠났다.

한때 13만 명이 넘는 인구를 자랑하던 탄광도시에 남은 이들은 5만 명 안팎. 강파른 언덕배기에 다닥다닥 붙은 사택들이 시끌벅적하던 한때를 증명할 뿐이다.

주인 잃은 빈집은 폐광마을의 쓸쓸함, 그 자체다. 물론 여전히 이름을 유지하며 채탄작업을 지속하는 탄광도 있다. 한보탄광, 대덕탄광 등 손에 꼽을 정도긴 하지만.

학교 앞 분식집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던 추억

학교 앞 분식집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던 추억

학교 앞 분식집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던 추억

통도사 서운암 천년고찰과 자연을 품은 야생화

방과 후 허름한 분식집에서 사 먹던 값싼 떡볶이 한 접시가 왜 그리 맛있었는지.

그러고 보면 분식만큼 추억을 자극하는 음식도 없다.

추억의 분식집은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에서도 주요 장소로 등장했다. 이름하여 ‘브라질 떡볶이’다.

쌍문동 5인방은 문턱이 닳도록 가게를 들락거리며 아지트 같은 그곳에서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브라질 떡볶이는 특이한 이름 때문에 허구처럼 보이지만, 실제 서울 정의여고 후문에 있던 분식집이다.

다만 90년대 중반 이후 자취를 감춰 이제는 찾아볼 수 없다.

응팔에 등장한 브라질 떡볶이는 충남 서산시 해미면 읍성마을에 위치한 ‘얄개분식’이다.

지은 지 50년이 넘은 건물에 자리한 이 분식점은 35년 동안 한곳에서 장사를 이어왔다.

오래된 미닫이문을 열고 가게 안으로 들어서면 마치 과거로 시간여행을 온 듯하다.

세월의 흐름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내부는 한눈에 다 들어올 만큼 아담하다.

한편에 놓인 연탄난로에선 온기가 피어오르고, 벽에 걸린 메뉴판은 가격을 여러 번 고쳐 쓴 흔적으로 얼룩덜룩하다.

응팔에서 한 접시에 300원 하던 옛날 떡볶이는 어느새 3000원이 됐다.

이곳이 한때 브라질 떡볶이였던 흔적은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노란색 야자수가 그려진 플랜카드와 출연자들의 사인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드라마 속 등장 장면이 담긴 사진도 조그맣게 붙어 있다.

자리를 잡고 앉아 주문하면 한참 뒤에 음식이 나온다. 미리 만들지 않고 주문을 받고나서 조리하기 때문이다.

삼삼오오 앉아 가장 많이 먹는 메뉴는 모둠떡볶이.

아삭하게 데친 콩나물 위에 쫀득한 밀가루 떡과 꼬들꼬들한 라면, 어묵, 계란, 만두 등이 푸짐하게 얹혀 나온다.

가격은 2인분에 1만원. 살짝 비싼 감은 있지만 추억을 곁들여 먹는 재미에 후회는 없다.

분식집에서 나와 골목을 따라 산책에 나서면 오래된 풍경이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슬레이트 지붕이며 작은 창 틈새에 눈처럼 수많은 이야기가 쌓여 있다.

허름한 간판을 내건 철물점과 양복점에서는 정겨운 세월의 향기가 묻어난다.

낡은 집 마당을 지키는 강아지를 만나거나 산책하는 고양이를 따라 걷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골목을 빠져나와 큰 길을 건너면 해미읍성 진남문이다. 해미읍성은 현존하는 조선시대 읍성 중 원형이 가장 잘 보존돼 있다.

조선 초기 충청병마절도사가 근무한 영(사령부)이 자리한 곳인데 충무공 이순신 장군도 1579년 훈련원 교관으로 부임해 10개월간 근무했다.

읍성 인근에는 충청지역 무명 순교자들을 기리는 해미순교성지가 있다. 2014년 한국을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문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내친김에 해미읍성에서 차를 타고 서쪽으로 1시간쯤 깊숙이 들어가면 태안 안면도다.

이곳 꽃지해수욕장과 방포해변은 가출한 동룡이(이동휘)를 쌍문동 4인방이 데리고 오는 장면에 등장했다.

드라마에서 대천해수욕장으로 나온 꽃지해수욕장은 실제 1970~80년대 전국에서 손꼽히는 여름휴양지였다.

할배바위, 할매바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낙조가 특히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꽃지해수욕장 옆에 자리한 방포해변에서는 천안슈퍼가 비중 있게 나왔다. 파란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낡은 건물과 ‘민박’이라고 적힌 간판이 정겹다.

덕선(혜리)과 택(박보검)이처럼 고요한 겨울 바다를 바라보며 따뜻한 커피 한잔 마셔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