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의 숨겨진 근대문화유산 군산 어청도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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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의 숨겨진 근대문화유산 군산 어청도등대

맛 멋 흥 예 전주의 유네스코 보물찾기

군산의 고군산군도를 이루는 63개의 섬 중 서해의 가장 외곽에 위치한 섬이 어청도다.

이 섬에는 100년이 넘도록 바다를 마주보며 항해하는 선박을 위해 한 줄기 희망의 빛을 쏘아내는 등대가 서 있다.

어청도등대다. 1912년 3월 1일에 첫 점등을 한 근대문화유산이다.

어청도등대를 만나는 여정은 쉽지 않다.

군산연안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2시간 30분, 선착장에서 2km 산길을 걸어 30분을 더 가야 한다.

가는 길이 멀고 힘들지만 어청도등대와 조우하는 순간 힘든 기억은 봄 눈 녹듯 사라진다.

깎아지른 절벽 위의 하얀 등대가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풍경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어청도등대는 100여년 전에 만들어졌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본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

원형의 등탑은 위로 올라갈수록 좁아들어 안정감이 느껴진다.

입구에는 삼각형 지붕을 얹은 문을 달았고, 등탑 윗부분에는 전통 한옥의 서까래를 모티브로 장식했다.

제일 윗부분 등롱은 주홍색 청동으로 마무리 해 조형미가 돋보인다.

등대를 둘러싼 나지막한 돌담과 해송이 더해져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숲속의 집을 보는 것 같다.

등대의 하얀색과 하늘의 파란색, 바다의 짙은 녹색이 조화를 이뤄 보는 이로 하여금 “이렇게 예쁜 등대는 처음”이라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해가 지고 나면 등대는 홀로 빛이 난다.

바다 위를 운항하는 선박을 위해 12초에 한번씩 밝은 빛을 바다로 쏘아낸다.

숨 한번 들이쉴 때마다 불빛이 반짝이고, 불빛은 멀리 26마일(약 42km) 해상까지 신호를 보낸다.

태풍이 불고 비바람이 몰아쳐도 어청도등대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100년이 넘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서해의 외딴 섬 어청도에 인천 팔미도등대에 이어 두 번째로 등대가 들어선 이유는 무엇일까.

어선의 안전을 위한 것은 아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대륙진출을 하기 위한 목적에서 세웠다.

만주와 조선의 지배권을 두고 러시아와 일본이 벌인 러일전쟁(1904~1905)에서 승리한 일본은 러시아의 조차지인 랴오둥(遼東)반도의 다롄(大連)을 차지한다.

이를 기반으로 만주로 진출하기 위해 오사카와 다롄을 연결하는 정기항로가 개성되는데, 어청도를 중간 기착지로 이용하게 된다.

군산항과 서해안 남북항로를 통항하는 모든 선박들이 이용하는 중요한 길목이기 때문이다.

어청도등대 뿐만 아니라 어청도의 바다도 일본과 관계가 깊다.

1885년 경에 일본인 잠수부들이 찾아와 전복, 해삼 등을 채취하기 시작하였고,

1898년 일본인 어부 20가구가 인천에서 어청도로 이주해 터전을 잡았다고 한다.

이후 일본인들의 서해 어업 전진기지가 되었으며, 일본 어민들의 자녀 교육을 위해 어청도 심상보통학교도 세워졌다.

어청도등대를 감상하고 난 뒤에는 섬을 한 바퀴 돈다.

산등성이를 따라 조성된 둘레길을 군산의 숨겨진 걸으면 어청도와 주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보령시의 외연도·녹도가 걷는 내내 길동무가 되고, 재선충으로 인해 고사목이 된 소나무도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영어 알파벳 C자 모양으로 들어선 포구다. 지금은 한적한 포구지만, 1960~1970년대에는 서해안 고래잡이의 전초기지였다.

포구는 고래잡이 포경선으로 가득 차 있었다.

동해에 사는 고래가 봄에 새끼를 낳기 위해 어청도 근해로 이동해 오면 장생포의 포경선도 고래를 따라 이동해 왔기 때문이다.

서해안에서 잡힌 작은 고래는 배에서 해체하고 큰고래는 어청도로 운반해 부두에서 해체 작업을 했다고 한다.

어청도 주봉인 당산(198m) 정상에 오르면 고려시대부터 있었다는 봉수대가 남아 있다.

봉수대는 서해를 통해 침입하는 왜구를 포착하기 위한 통신시설이다.

낮에는 연기를 올리고, 밤에는 횃불을 피워 소식을 전했다.

<조선보물고적자료>에는 “청도리 봉수대는 어청도의 당산인 서방산 상에 있으며, 높이 7척 2간으로 원추상으로 석축하였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자연석으로 된 낮은 기단 위에 2층의 원추형 모습을 지닌 봉수대는 돌로 만든 7층 계단을 걸어 올라가면 1층 회랑에 이를 수 있다.

어청도 봉수대는 17세기 중반인 조선 숙종 3년(1677)에 폐지되었다.

봉수대 앞에는 봉수군의 임시 거처로 추정되는 정방형의 집터가 남아 있다는데,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흔적을 찾을 수 없다.

마을 중앙에는 치동묘가 있다. 중국 제나라 사람인 전횡을 모시는 사당이다.

전횡은 어청도란 이름을 지은 사람이라고 전해진다.

마을에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기원전 202년 중국의 한나라 유방이 초나라 항우를 물리치고 천하를 통일했다.

패한 항우가 자결하자 전횡은 두 명의 형제와 군사 500명을 거느린 채 돛단배를 타고 탈출해 3개월 만에 어청도를 발견하였다고 한다.

전횡은 안개가 낀 바다에 갑자기 푸른 산 하나가 우뚝 나타났다고 해서 섬을 푸른 섬이라 하여 어청도(於淸島)로 지었다고 한다.

전횡의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과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전횡은 백제시대 이래 어청도의 안위와 주민들의 풍어를 비는 제사의 토속신앙 대상이 되었다.

치동묘는 2m 높이의 돌담으로 둘러싸여 있고. 대문에는 태극 문양이 새겨져 있다.

맛 멋 흥 예 전주의 유네스코 보물찾기

맛 멋 흥 예 전주의 유네스코 보물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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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체험 즐기는 팜스테이형 목장 웨스턴 캠프

우리 문화유산에 관해 전주만큼 이야기가 많은 도시도 드물다.

전주는 한민족 의식주의 전통을 고루 대변한다. 한복과 한식, 한옥의 삼박자다.

전주가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건 여기에서 뻗어 나온 전통문화의 스펙트럼 때문이다.

생존의 풍요가 아니라 생활의 풍요다.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인이 대상이다. 유네스코는 이를 집약한다.

전주는 유독 유네스코와 인연이 많다.

판소리는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무형유산이고, 전주는 세계소리축제를 개최하는 판소리의 본고장이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조선왕조실록》도 빼놓을 수 없다.

임진왜란 당시 전주사고의 《조선왕조실록》이 유일하게 보존돼 오늘에 전한다.

전주한지 문화는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 2012년에는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로 뽑혔다.

한정식, 비빔밥, 막걸리 등 전주 먹거리의 잠재력이다.

전주시는 이를 ‘유네스코 전주 여행’으로 엮었다. ‘얼쑤! 신명 나는 소릿길 여행’ ‘멋·흥·예 선비에게 길을 묻다’

‘게미(손맛)가 있는 음식 맛길 여행’ ‘《조선왕조실록》을 따라 걷는 기록 문화 여행길’ 등 네 가지 테마다.

유네스코 유산에 전주의 색을 녹였다. 한복을 입고 사진 찍고 공연을 보며, 전주 별미도 맛본다.

중간중간 판소리를 비롯해 전주가 간직한 전통문화를 배우는 기회도 있다. 여행 상품으로 짜였지만 개인 자유 여행도 가능하다.

유네스코 전주 여행이 반드시 지나가는 명소는 국립무형유산원이다.

가족이나 친구, 연인이 삼삼오오 떠날 때 제격이다. 공간은 크게 열린마루(상설전시실), 전승마루(교육 공간), 얼쑤마루(공연장) 등으로 나뉜다.

열린마루 상설전시실 1층은 무형 유산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파노라마 영상이 압도한다. 짧은 시간에 전통 무형 유산의 가치를 되새길 수 있다.

2층은 국가무형문화재의 면면과 장인의 솜씨를 확인하는 공간이다.

눈으로 감상한 뒤에는 전승마루로 향한다. 매주 토요일에 무형유산체험교실’토요일 토요일은 모두 전승자’가 열린다.

무형문화재 장인에게 전통 공예를 배우는 시간이다.

매듭장에게 전통 매듭을 배우고, 침선장과 함께 귀주머니를 만든다.

더구나 무료 강습(재료비 별도)이다. 전통 춤사위도 마찬가지다.

은율탈춤이나 태평무, 관노가면극 등을 무형문화재가 직접 선보이며 가르친다.

얼쑤마루는 토요상설공연이 탐스럽다.

4월 30일 개막특별공연 <전통의 美, 미래로의 희망>을 시작으로 매달 기획을 달리해 관객의 흥을 돋운다.

5월에는 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 진주검무보존회 등이 <판판판!>을 공연한다. 6월에는 명인들에게 바치는 오마주로 꾸밀 예정이다.

10월에는 국외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초청 공연이 기다린다.

국립무형유산원은 지난 2014년 개원해서 아는 이들이 많지 않지만, 전주를 가장 알차고 경제적으로 누릴 수 있는 명소다.

국립무형유산원에서 전주천을 거너면 전주전통문화관이다. ‘얼쑤! 신명 나는 소릿길 여행’이라 하겠다.

전주전통문화관은 공예나 한식 조리 체험을 진행한다. 근래에는 마당창극 <천하 맹인이 눈을 뜬다> 공연이 좋은 반응을 얻는다.

뷔페식 잔치 음식을 먹고 공연을 관람하는 야간 상설 공연으로, 전주 여행의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했다.

<심청전>에 현대적인 뮤지컬 요소를 도입해 남녀노소 모두 공감한다. 한옥 마당이라는 공연장도 매력이다.

전주는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 판소리의 도시답게 소리 공연이 많다.

전주소리문화관에서는 비보잉을 결합한 <한옥 스캔들>을 공연한다.

비빔밥을 먹고 공연을 감상하는 기회다. 전라북도예술회관에서는 뮤지컬 <춘향>이 심금을 울린다.

전주전통문화관의 야간 공연까지 시간이 남으면 전주향교와 전주한옥마을을 걷는다.

전주향교는 ‘멋·흥·예 선비에게 길을 묻다’의 첫 번째 코스다. 여느 향교와 마찬가지로 제례와 교육의 기능을 겸한다.

만화루를 지나 대성전이 있고, 그 너머가 명륜당이다. 전주 선비 정신의 본향이지만 가벼운 산책의 걸음도 알맞다.

승마체험 즐기는 팜스테이형 목장 웨스턴 캠프

승마체험 즐기는 팜스테이형 목장 웨스턴 캠프

승마체험 즐기는 팜스테이형 목장 웨스턴 캠프

야생화 천국을 가다 제주 방림원

말을 타고 초원을 달린다. 바람을 가르며 달리면 푸른 하늘과 초지도 덩달아 달린다.

말의 윤기가 나는 갈색 갈기도 흩날린다.

이 장면은 정읍시 송산동에 위치한 웨스턴캠프의 목장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웨스턴캠프는 펜션에서 머물며 승마체험도 할 수 있는 곳으로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말을 타고 싶은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우리나라에서 스포츠로 승마가 시작된 것은 조선 후기부터다.

러시아에서 승마용 말과 마구가 들어온 후 1934년 현대식 승마구락부가 동대문운동장 뒤편에 설립되었다.

1952년 제 15회 헬싱키 올림픽에 한국인 최초의 승마선수로 기록된 민병선씨가 출전하면서 한국 승마는 세계무대에 등장했다.

그동안 승마는 귀족스포츠라고도 불렸다.

일반인이 말을 탈 수 있는 환경과 장비가 갖춰진 곳이 많지 않았고 말 훈련 등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승마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늘고 승마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면서 승마는 이제 일반

국민들이 즐길 수 있는 대중 스포츠로 변하고 있으며, 승마 동호인들이 중심이 되어 생활 스포츠로도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정읍시청에서 차로 10분 거리의 송산동에 웨스턴 캠프는 종마를 들여와 경주용 망아지를 생산하는 종마목장이다.

목장에는 종마 50두와 유럽풍의 펜션, 실내승마장 등을 갖췄다.

웨스턴캠프 권자수 대표가 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99년부터다.

스페인 오스트리아 등지를 여행하며 드넓은 초지를 달리는 말의 매력에 흠뻑 빠진 뒤,

잘 다니던 우체국을 그만두고 2001년 말 한 마리로 종마사업을 시작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2012년에는 24개월 동안 애지중지 길렀던 경주마 ‘캔디캐이스’를 종마경매사상 최고가인 1억7천만 원에 판매했다.

그는 승마문화의 확대를 위해 펜션을 짓고 승마프로그램도 만들었다.

모든 시설은 말에서 시작해서 말로 끝난다

웨스턴캠프의 시설은 말들이 자유롭게 풀을 뜯어먹으며 달릴 수 있는 목장, 1층에는 마사, 2층에는 회의장과 펜션 그리고

승마체험을 할 수 있는 실내승마장이 있다. 웨스턴캠프에 들어서면 하얀색 외벽과 붉은색 지붕을 얹은 펜션이 먼저 보인다.

멀리서 보면 마치 유럽의 어느 목장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데 이상하다. 마사 위에 숙소라니?

“마사에는 말들이 살고 2층에는 사람이 잠을 잡니다.

숙소에 머무는 순간에도 말을 타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재미있지 않습니까?”하루 종일 말을 생각하는 권 대표다운 발상이다.

단체로 식사를 할 수 있는 홀을 지나면 베란다가 있다.

베란다에 서면 푸른 목초지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고 말 배설물 냄새와 초원의 풀냄새가 코를 간질인다. 모두 자연의 냄새다.

펜션에는 총 6개의 방이 있다. 방 이름은 ‘에이피인디’룸, ‘스톰캣’룸, ‘세들러스웰즈’룸, ‘데니힐’룸 등 세계적인 명마들의 이름을 붙였다.

세미나실, 노래방, 바비큐 파티를 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펜션 이용객은 1만 원에 승마강습 및 체험을 할 수 있다.

웃음 가득한 즐거운 승마체험

웨스턴캠프의 아침은 바쁘다.

오전 9시, 승마체험을 위해 학생을 실은 대형버스가 캠프장으로 들어온다.

호기심 가득한 학생들이 실내 승마장에 들어서자 승마 조교들이 늠름한 말을 이끌고 입장한다.

승마 요령, 주의사항에 대한 교육을 받은 후 4명씩 승마체험을 시작한다.

야생화 천국을 가다 제주 방림원

야생화 천국을 가다 제주 방림원

야생화 천국을 가다 제주 방림원

제주 모슬포 방어회 식도락 여행

산과 들이 초록빛으로 물들어가는 지금, 싱그러운 봄나들이로 야생화 탐방은 어떨까?

제주도의 소박한 산간마을인 저지리에는 국내 최초의 세계 야생화 전문 박물관인 방림원이 있다.

방림원과 함께 숲속 마을 안에 꾸며진 미술관과 갤러리, 예술인 마을 산책도 아울러 즐겨보자.

황무지가 야생화 천국으로

제주도 남서쪽 산간마을인 저지리에 자리한 방림원은 야생화 천국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그저 ‘이름 모를 들꽃’으로 치부되는 야생화들이 본래 제 이름을 찾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방림원을 세운 방한숙 대표이사의 정성과 노력이 켜켜이 쌓여 있는 곳이다.

오랫동안 야생화 작품 활동을 해온 방한숙 대표이사에게 방림원 개원은 오랜 꿈이자 신념이었다.

야생화 작품 전시관을 열기 위해 찾은 곳이 지금의 방림원 부지.

수십 년 전 척박했던 땅을 직접 일궈가며 야생화를 키워온 그녀의 땀과 눈물이 방림원 1만 6,500㎡(약 5,000평) 부지에 고루 깃들었다.

방림원을 가꿔가는 그녀의 정성은 시간이 흘러도 변함이 없다. 덕분에 세월이 지날수록 방림원은 더욱 빛이 난다.

방림원에 식재된 야생화들은 방한숙 대표이사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오랜 세월 수집해온 것들이다.

우리나라 자생종은 물론이고 외국의 들꽃들까지 수많은 야생화가 방림원 곳곳에 아름답게 피어 있다.

방림원에 야생화만 있는 건 아니다. 야생화로 가득한 실내 전시관을 비롯해 야외 정원에는 다양한 수목이 자라고 있으며, 동굴과 폭포도 볼 수 있다.

자연생태가 고스란히 보존된 테마 식물원에 들어선 기분이랄까.

도시의 일상에 찌든 몸과 마음이 따스하게 위로를 받는다.

볼 것 많은 방림원 산책

먼저 실내 전시관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유리온실로 꾸민 실내 전시관에는 300여 종의 야생초화류가 테마별로 전시되어 있다.

천장에서 쏟아져 내리는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거닐다 보면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돌 틈에서 피어난 작고 앙증맞은 야생화들이 발길을 붙잡는다.

예전 같으면 무심코 지나쳤을 테지만 이름표를 달고 있는 작은 들꽃들을 찬찬히 감상하자니 솔솔 배어나오는 그만의 아름다운 매력에 흠뻑 빠져든다.

야외로 나가면 작은 언덕처럼 보이는 방림동산이 이어진다.

갖가지 초본과 수목이 어우러진 동산 안쪽에는 지하 용암굴인 방림굴이 있다.

방림원을 세울 당시 기초 공사를 하다 우연찮게 발견된 자연 동굴이다.

지하를 향해 뻥 뚫려 있는 입구가 인상적이다. 굴이 깊지는 않지만 안이 꽤 넓다.

안에 들어서면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와 서늘한 기운이 또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제주 모슬포 방어회 식도락 여행

제주 모슬포 방어회 식도락 여행

제주 모슬포 방어회 식도락 여행

이곳에선 나도 드라마 주인공 제주 로케디오 월드

늦가을이나 겨울철 제주를 여행한다면 가장 먼저 맛보아야 할 별미는 단연 방어다.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가 제철인 방어는 요즘 살이 통통히 오른 데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게 보기만 해도 입맛을 다시게 한다.

갓 잡아 올린 싱싱한 방어를 맛보려면 제주도에서도 남쪽 끄트머리에 있는, 국토 최남단 마라도행 여객선이 출발하는 모슬포항으로 가야 한다.

바쁘게 젓가락질을 하다 보면 도톰하게 썰어낸 방어회 한 접시가 금세 비워진다.

얼큰한 매운탕으로 마무리한 후에는 식후경으로 마라도로 떠나보자.

입이 호강하고 눈이 즐거우니 이만한 식도락 여행이 또 어디 있을까.

국내 최대의 방어 제주 모슬포 방어회 집산지인 모슬포항으로 통하는 길목.

오죽하면 길 이름까지 ‘방어축제의 거리’다.

도로 양옆으로 식당과 횟집이 즐비하게 들어선 이 거리에서는 매년 11월 초순에서 중순경에 볼거리, 먹을거리 가득한 방어축제가 열린다.

축제 기간에는 맨손으로 방어 잡기 등 재미난 체험들이 마련되며 갖가지 방어 요리를 무료로 시식해볼 수도 있다.

아쉽게도 올해 축제는 이미 막을 내렸지만 모슬포 방어는 지금부터 제철이다.

언제든 방어축제의 거리에 가면 팔딱팔딱 힘 좋은 방어회를 원 없이 맛볼 수 있다.

여기서 잠깐! 젓가락을 들기 전 방어에 대해 먼저 알아보도록 하자.

농어목 전갱이과에 속하는 방어는 등이 푸르며 붉은살 생선에 속한다.

사실 방어는 우리가 흔히 먹는 광어나 우럭 등에 비해 조금은 낯선 횟감이다.

사시사철 먹을 수 있는 다른 횟감들과 달리 방어는 겨울철에만 회를 떠서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 방어가 자라는 봄여름에는 몸에 기생충이 생기기 때문에 다 큰 성어가 되는 겨울철에 횟감이나 초밥으로 이용하는 것.

한 가지 더 알아둘 것은 방어와 부시리의 차이다.

부시리는 방어와 생김새가 무척 비슷하지만 몸통에 진한 노란색 줄이 있어 이를 보면 구별하기 쉽다.

흔히 부시리를 ‘히라스’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일본말임을 알아두도록. 부시리는 보통 여름에서 가을에 많이 먹는다.

방어에 대해 알아봤으니 이제 맛있는 방어회를 직접 맛보자.

방어철에는 방어축제의 거리에 있는 어느 식당을 가든 방어회를 맛볼 수 있다.

가게 바깥에 있는 수족관마다 어른 팔뚝만한 방어들이 몇 마리씩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여러 집들 가운데 부두식당은 선주가 직접 바다에 나가 잡은 고기들을 내놓는 것으로 유명하다.

현지인은 물론 알음알음 찾아오는 올레꾼이나 여행객들로 식당 안이 늘 붐빈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도 점심시간이 훨씬 지났음에도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룰 정도였다.

두툼하게 썰어져 나오는 방어회는 두세 명이 충분히 맛볼 수 있는 양이다.

육고기처럼 선홍빛을 띤 방어회는 쫄깃한 식감에 고소함까지 더해져 별미다운 맛을 선사한다.

살점이 워낙 두툼해 식감이 좋고 금세 포만감이 느껴진다.

간장에 찍어 먹고, 초고추장에 찍어 먹고, 된장에 쌈 싸먹고.

취향 따라 먹는 방법은 달라도 입 속에서 차지게 감기는 맛은 변함없다. 방어회는 아가미살과 기름기 많은 뱃살이 특히 고소하다.

방어회 한 접시를 비우면 남은 부위로 매운탕이나 맑은탕을 끓여준다.

매운 것이 당긴다면 매운탕으로, 담백한 맛이 끌린다면 맑은탕을 선택하면 된다.

아무래도 찬바람 부는 날씨엔 매콤한 맛이 당기게 마련이다.

매운탕으로 주문하니 금세 보글보글 끓는 냄비를 내온다.

큼직하게 썬 무와 각종 야채를 넣고 끓인 매운탕은 얼큰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방어는 무엇 하나 버릴 것 없이 알뜰하게 먹는 생선이다.

머리는 노릇노릇 구워 먹는데 입에서 살살 녹는 맛이 별미 중 별미다. 맛을 아는 사람들은 회보다는 이 머리구이를 먼저 찾는다.

입이 호강했으니 이번엔 눈이 즐거워질 차례. 방어축제의 거리에서 바다 쪽으로 쭉 걸어가면 모슬포항이 나온다.

이곳에서 대한민국 국토 최남단 마라도로 떠나는 여객선이 출항한다. 여객선을 타고 30분 정도 가면 마라도 선착장에 닿는다.

원래 숲이 울창했던 섬은 조선시대 화전을 일구면서 불을 질러 지금과 같은 초원지대로 변모했다.

초겨울은 마라도는 온통 억새로 뒤덮인다. 바다와 하늘, 섬이 하나로 묶이는 풍경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함으로 여행객들을 매료시킨다.

섬을 한 바퀴 도는 데는 30분에서 1시간 정도면 충분하지만 그 여운은 평생토록 남는다.

이곳에선 나도 드라마 주인공 제주 로케디오 월드

이곳에선 나도 드라마 주인공 제주 로케디오 월드

이곳에선 나도 드라마 주인공 제주 로케디오 월드

제주 말이 궁금해? 제주 조랑말체험공원

국내외 유명 영화, 드라마 촬영 장소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면?

게다가 그곳에선 누구나 영화 또는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데뷔할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 제주에 자리한 이색 테마 공간 ‘로케디오 월드’로 떠나보자.

제주 시내를 벗어나 중문고속화도로를 타고 서부 산간 지역을 질러가는 길.

곧게 뻗은 도로가 마치 하늘을 향해 달리는 듯하다 이곳에선 나도 이내 시야가 탁 트인 들판을 가로질러 간다.

저 멀리 웅장한 자태를 뽐내며 서 있는 새별오름이 보이기 시작하면 이번 여행의 목적지와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다.

영화에나 나옴직한 근사한 풍경들이 가득찬 그 길가에 전 세계 영화, 드라마 촬영 스튜디오들을 모아놓은 ‘로케디오 월드’가 자리했다.

2011년 5월에 문을 연 ‘로케디오 월드’는 국내외 영화, 드라마 촬영지와 스튜디오를 재현해놓은 이색 테마 공간이다.

‘로케디오’는 현지에서의 야외 촬영을 뜻하는 ‘로케이션(Location)’과 실내에 만든 세트장을 뜻하는 ‘스튜디오(Studio)’의 합성어.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 장소와 세트장을 3,300㎡ 정도 되는 실내 전시관에 고스란히 옮겨다 놓았다.

현재 테마별로 드라마 역사관과 <바람의 화원>의 궁궐, 마을 세트, 한국 근대화 시대 세트, 월드 스튜디오 5개 전시관을 오픈했다.

4월 중에 ‘호러존’을 포함해 영화 <스타워즈> 속 우주선같이 실제 탑승이 가능한 체험 시설을 갖춘 6관을 새로 추가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이곳에선 누구나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보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전시된 의상과 소품들을 직접 입어보고 만져볼 수도 있어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무척이나 흥미로워한다.

때문에 이곳에선 카메라와 삼각대는 옵션이 아닌 필수다. 이곳저곳 사진 찍을 곳들이 많아 관람 시간도 넉넉히 잡아야 한다.

포즈 취하고, 사진 찍고, 또 찍은 사진들을 들여다보며 깔깔 웃다 보면 한두 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1관 드라마 역사관에 들어서면 곧바로 드라마 <모래시계>의 촬영 장소였던 서대문 형무소 세트와 마주하게 된다.

1990년대 중반 <모래시계>는 ‘귀가시계’라 불릴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누리며 방영 내내 수많은 명장면과 명대사를 남겼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서대문 형무소에서 태수(최민수 분)가 자신에게 사형 선고를 내린 검사이자 친구인 우석(박상원 분)과 나눈 마지막 대화인

“나 지금 떨고 있니?” 워낙 사실감 있게 세트를 재현해 마치 눈앞에 그 장면이 펼쳐지기라도 한 듯 마음 한구석이 아련해지는 느낌이 든다.

이 밖에 1관에서는 <겨울연가>, <주몽>, <꽃보다 남자>, <궁S> 등 여러 드라마 속 장면들을 재현해놓은 오픈 세트를 만날 수 있다.

재미있게 보았던 드라마를 골라 기념사진을 찍어보자.

국내 드라마 변천사를 정리해놓은 전시물도 꽤나 흥미롭다.

2층은 모두 드라마 <바람의 화원> 세트로 꾸며져 있다.

2008년에 방영된 <바람의 화원>은 조선시대 유명한 풍속화가 신윤복(문근영 분)이 실은 ‘여자’였으며,

김홍도(박신양 분)와 사제지간이자 연인 관계라는 드라마 속 설정이 큰 화제가 되었던 픽션 역사극이다. 2관은 화려하게 꾸며진 궁궐 세트,

3관은 주요 인물인 김조년(류승용 분)의 집과 기생 정향(문채원 분)의 처소가 있는 마을 세트로 꾸며졌다.

“아니, 그쪽 말고 이쪽을 보고, 그렇지!”

어디선가 들려오는 들뜬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먼저 온 커플이 서로 사진을 찍어주느라 바쁘다.

세트 소품들을 활용해 이렇게 저렇게 찍어보고, 가마에 앉았다 용상에 앉았다 어떻게 하면 더 재밌는 사진을 남길까 고민하는 게 무척이나 신이 난 모습이다.

마을 세트에서는 곤장대를 놓고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한 무리의 관람객들이 서로 누워보겠다며 즐거운 실랑이를 벌이는 중.

곤장을 내려치는 이나 맞고 있는 이나 구경하는 이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그 너머 정향의 처소에서는 남자 관람객 둘이 치마를 두르고 모자를 쓴 채 요염한 자세로 앉아 한창 가야금 뜯기 삼매경에 빠졌다.

혹시 배우 지망생? 각자 역할에 몰입한 듯 자못 진지한 표정이지만 보는 이들은 그저 배꼽 빠져라 웃기 바쁘다.

드라마 속 분위기에 흠뻑 빠져보려면 이들처럼 적극적인 관람 자세가 필요하다.

먼저 세트장에 걸려 있는 드라마 의상을 입고 가볍게 한 컷!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세트장 분위기에 좀 익숙해졌다면 배우들처럼 멋진 포즈도 취해보도록.

세트장에 마련된 갖가지 소품들은 단순한 전시품이 아니다.

가채도 머리에 얹어보고, 갑옷과 투구에 칼까지 찬 채 자신도 몰랐던 근사한 모습들을 사진 속에 담아보자.

분명 두고두고 잊지 못할 인상 깊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제주 말이 궁금해? 제주 조랑말체험공원

제주 말이 궁금해? 제주 조랑말체험공원

제주 말이 궁금해? 제주 조랑말체험공원

곰 여인의 전설이 강물 되어 흐르네 공주 고마나루와 공산성

제주 표선면 중산간 지역에 자리한 가시리마을은 600년 목축문화가 살아 숨 쉬는 유서 깊은 고장이다.

옛날 말을 키우던 제주 산마장(山馬場) 중 최대 규모를 지닌 녹산장(鹿馬場)과 조선시대 최고의 말을 사육했던 갑마장(甲馬場)이 있던 곳이다.

드넓은 초지와 오름이 어우러져 예부터 최적의 말 방목지로 꼽혀왔던 그곳에

지금은 옛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조랑말체험공원이 들어서 오랜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조랑말체험공원은 조랑말박물관과 승마장을 비롯해 게스트하우스, 캠핑장 등 숙박시설도 갖추고 있어 1박 2일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국내 최초 리립 전문 박물관, 조랑말박물관

유홍준 교수가 쓴 《나의문화유산답사기 : 제주편》에도 소개된 조랑말박물관은 가시리

마을에서 농림부의 지원을 받아 직접 건립, 운영하는 곳으로 국내 최초 리립 전문 박물관이라는 뜻 깊은 타이틀을 갖고 있다.

리립 박물관이라고 해서 결코 가벼이 둘러볼 곳은 아니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독특한 외관이며 각종 시설이 주변 환경과 묘한 동질감을 자아내며 더욱 멋스럽고 조화로운 느낌을 준다.

특히 오름을 본떠 만든 무채색의 원형 건물은 안에 무엇이 있을까, 보면 볼수록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내부 전시관은 제주의 토종말인 조랑말과 제주의 오랜 목축문화를 일목요연하게 소개하고 있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전시된 패널들을 하나하나 섭렵해나가다 보면 어느새 ‘제주마’ 전문가가 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제주마는 제주 토종말인 조랑말의 공식 명칭이다. 예전에는 과실나무 아래를 지나다닌다 해서 과하마(果下馬), 토마,

재래종 말, 제주 재래마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려왔지만 2000년부터 ‘제주마’로 통일해 부르고 있다.

제주마는 근대에 들어 자동차 문화에 밀려 급속히 감소하기 시작했으며,

급기야 문화재청에서 멸종을 우려해 1986년 천연기념물 제347호로 지정했다.

제주마는 목과 다리가 짧고 몸집도 작은 편이지만, 체질이 강하고 온순하며 지구력만큼은 세계 최고임을 자부한다.

전시관을 한 바퀴 돌고 나면 제주마, 즉 조랑말의 기원과 역사, 습성과 쓰임새까지 훤히 통달하게 된다.

전시관 끝은 3층 옥상 정원으로 이어진다.

이곳에 오르면 넓은 초지와 올록볼록 솟아 있는 오름들,

드문드문 보이는 잣성(목장 경계용 돌담)과 거대한 풍력단지까지 주변 경관이 360도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맑은 날씨에는 저 멀리 서귀포 남쪽 바다와 한라산까지 뚜렷하게 보인다.

천천히 옥상 정원을 한 바퀴 거닐며 자연이 연출하는 환상적인 풍경을 눈과 마음에 한껏 담아보도록 하자. 오래도록 잊지 못할 멋진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

전시관 반대편은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카페로 꾸며져 있다.

마음(馬音) 카페, 조랑말박물관과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이곳에서는 공정무역 커피와 가시리마을에서 생산된 재료들로 만든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한다.

파지 당근과 유기농 감귤 등으로 만든 조랑말주스도 맛있고, 재미난 모양과 이름을 가진 한라산용암빵, 말똥과자 등도 추천할 만하다.

수익금의 일부는 지역 사회에 환원하여 좋은 일에 쓰인다니 한층 기분 좋은 마음으로 쉬었다 갈 수 있다.

곰 여인의 전설이 강물 되어 흐르네 공주 고마나루와 공산성

곰 여인의 전설이 강물 되어 흐르네 공주 고마나루와 공산성

곰 여인의 전설이 강물 되어 흐르네 공주 고마나루와 공산성

추사 김정희 최고의 벼루 보령 남포벼루 명장 김진한

고마나루에는 전설이 하나 전해온다.

인간 세상을 동경하던 연미산의 곰이 여인네로 변신해 길 잃은 나무꾼과 아들딸 낳고 잘 살다가 나무꾼이

마을로 돌아가 버리자 슬픔을 이기지 못해 금강에 몸을 던졌다는 내용이다.

그 이후 금강이 범람하고 거칠어질 때마다 곰 가족을 기리며 제를 올렸다고 한다.

고마나루의 ‘고마’는 ‘넓다’는 의미다.

백제시절 서해에서 올라온 배나 금강 상류를 오가던 배가 드나들던 넓은 나루터가 고마나루다.

고마나루엔 지금도 아담한 곰 사당이 남아있다.

돌로 깎은 작은 곰 상을 모신 사당 주변으로 키 큰 소나무들이 우거져 보기 좋다.

솔숲 사이사이 현대 작가들이 만든 곰 가족상도 있다.

강변으로 내려가면 백제 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국가가 주관하여 금강에 수신제를 지내던 웅진단 터가 나온다. 강 건너편이 곰 가족이 살던 연미산이다.

시간이 넉넉하면 고마나루에서 시작해 공주의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는 고마나루명승길(총 23km, 6시간 30분 소요)을 걸어보는 것도 좋다.

코스는 ‘고마나루-공주한옥마을-국립공주박물관-송산리 고분군-황새바위성지-산성시장-

공산성-금강철교-정안천 생태공원-연미산-공주보-고마나루 수상공연장-고마나루’다.

공산성은 백제 시대에 쌓은 왕성이다. 22대 문주왕이 475년 한성(서울)에서 웅진(공주)으로 천도한 뒤,

538년 성왕이 사비(부여)로 옮길 때까지 64년간 5대에 걸친 백제 왕들이 공산성 안 왕궁에서 거주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에는 웅진성이라 했고, 고려 시대에는 공주산성, 조선 시대에는 쌍수산성으로 불렀다. 성의 동서남북에 영동루, 금서루,

진남루, 공북루 등 성문이 있다. 주차장에서 올라가는 길에 보이는 주 출입문은 서문에 해당하는 금서루다.

백제 때는 고마나루를 이용했지만, 조선 시대에는 공북루 아래 큰 나루터가 있어 금강을 건넜다.

공북루 위쪽 전망대에 오르면 푸른 금강과 공주 시내 전망이 시원하다.

성벽은 2.6km로 한 바퀴 둘러보는 데 1시간 30분 정도 걸리고,

금서루에서 왕궁추정지와 쌍수정까지 보고 돌아오는 데는 30분이면 충분하다.

4~10월 매주 토·일요일(7~8월 제외) 금서루에서 웅진수문병교대식이 열린다.

백제 의상 체험, 활쏘기, 백제 왕관 만들기, 백제 탈 그리기 등 체험 코너도 마련된다.

해가 지고 조명이 들어오면 공산성의 밤 풍광을 보러 나선다.

화려하지 않지만 정겨움이 느껴지는 공주 야경과 금강 위에 걸린 철교, 성벽을 비추는 조명이 시원한 밤공기와 어울려 기분 좋다.

동글동글한 언덕처럼 보이는 송산리 고분군은 삼국시대 왕릉 가운데 유일하게 무덤의 주인의 밝혀진 무령왕릉을 비롯해 고분 7기가 모여 있다.

1~6호 분은 백제 시대 왕과 왕족의 무덤으로 추정된다.

7호 분은 백제 25대 무령왕과 왕비의 능으로, 1971년 여름 5~6호 분의 배수로 공사 중에 우연히 발견됐다.

모형전시관에서 고분 발굴 과정, 내부 모습, 백제 문화 등을 접할 수 있다.

모형전시관을 둘러보고 공원처럼 깔끔하게 조성된 고분군 주변을 산책하면 된다.

출구에서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 중간에 공예품전시관과 관광객 쉼터가 있다.

쉼터에서 밤으로 만든 과자, 쿠키, 알밤막걸리 등 주전부리로 적당한 공주 특산물을 판매한다.

송산리 고분군 입구에 최근 개관한 웅진백제역사관도 들러볼 것.

백제 시대 문화를 테마로 한 국립공주박물관에는 무령왕릉의 주요 출토 유물이 전시되었다.

왕릉에서 출토된 유물 4600여 점 가운데 무령왕 금제관식(국보 154호), 무령왕 금귀걸이(국보 156호) 등 12점이나 국보로 지정됐다.

추사 김정희 최고의 벼루 보령 남포벼루 명장 김진한

추사 김정희 최고의 벼루 보령 남포벼루 명장 김진한

추사 김정희 최고의 벼루 보령 남포벼루 명장 김진한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돌아보다 공주 시티투어

조선 후기의 실학자 성해응이 《연경재전집》에서 “내가 어릴 적부터 벼루 모으기를 좋아해서 좋은 것을 많이 모았으나,

우리나라 것으로는 남포 돌 가운데 최상의 백운상석을 따를 것이 없다”고 했다.

벼루는 문방사우(종이, 붓, 벼루, 먹) 가운데 하나로 옛 선비들이 늘 곁에 두고 사용한 필수품이다.

벼루 중에서도 남포벼루를 가장 귀하게 여겼다.

충남 보령의 남포 지방에서 생산되는 돌로 만든 벼루를 남포벼루라 하며,

이는 최고급 벼루의 대명사가 되었다. 보물로 지정된 추사 김정희 유물 중에는 벼루가 세 개 있는데, 그 중 두 개가 남포벼루다.

현대사회로 들어오면서 벼루를 사용하는 일은 급격히 줄었지만, 남포벼루의 명맥은 이어진다.

남포벼루 제작 기능 보유자 김진한 명장의 집안은 3대째 남포벼루를 제작하고 있다.

6남매 중 둘째이자 장남인 김진한 명장은 할아버지 김형수, 아버지 김갑용을 통해 남포벼루 제작기법을 전수받아 가업을 계승했다.

7세 때 공방에 들어가 망치와 정으로 돌을 깨고 놀면서 장비 다루는 법을 자연스레 익혔고, 아버지를 따라 성주산에 오르며 돌 고르는 안목을 키웠다.

13세 때 정식으로 입문해 60여 년 동안 벼루와 함께했다.

대를 이어 전수한 조각 기술에 뛰어난 벼룻돌을 찾아내는 안목, 전통적인 제작 기법이 더해져 김진한 명장이 만드는 남포벼루는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평생 한길을 걸은 노력으로 1987년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6호, 1996년 석공예 부문 대한민국 명장이 되었다.

좋은 벼루는 먹을 갈 때 매끄럽고 끈적거리지 않아야 한다.

먹이 곱게 갈리고, 글을 쓰면 윤기가 나 오래되어도 변하지 않는다.

묵지(벼루 한쪽에 오목하게 파여 먹물이 모이도록 한 것)에 물을 붓고 열흘이 지나도 마르지 않아야 한다.

뚜껑과 바닥을 부딪치면 경쾌한 쇳소리가 난다. 둔탁한 소리가 나면 하품 벼루다.

“좋은 벼루는 서예 하는 분들이 잘 알아요. 글을 쓸 때 획이 매끄럽게 나가는 것을 느껴 서예에 의욕이 생기거든요.”

좋은 돌을 사용해야 좋은 벼루를 얻을 수 있기에 노구를 이끌고 직접 산에 올라 원석을 채취한다.

백운상석만 골라 제대로 된 벼루를 만든다.

일반적으로 남포벼루의 재료가 오석이라고 알려졌지만, 김진한 명장은 백운상석이 진짜 남포벼루의 재료라고 말한다.

성주산 중턱에서 채취하는 백운상석은 원석에 흰 구름 문양이 박혔다.

석질이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하고, 돌결이 윤기와 온기를 고루 갖춰 먹을 갈면 먹이 벼루 바닥에 들러붙는 느낌이 든다.

벼루 하나를 제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두세 달.

백운상석을 자르고 다듬어 틀을 잡고, 용과 학, 거북, 봉황, 사군자, 십장생 등을 조각하는 모든 공정이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조각할 때는 도안에 의지하지 않는다. 기본 밑그림을 그리더라도 작품을 만들어가면서 상황에 맞춰 융통성을 발휘한다.

생각을 틀에 맞춰놓고 손으로 표현하면 결점이 생기기 때문이다.

힘들고 거친 일이지만 김진한 명장은 하나하나 정성을 쏟는다.

그렇게 만든 벼루가 5000여 점이다. 자신이 제작한 남포벼루에 자부심이 있기에 소장자 명단을 작성해 지속적으로 관리한다.

남포벼루의 진가를 확인하고 발길을 옮길 곳은 산과 바다의 여행지다.

산에 위치한 대표 여행지는 보령석탄박물관이다. 보령 지역은 국내 주요 석탄 산지였다.

보령석탄박물관은 충남탄전의 발달 과정과 채굴 장비, 작업 환경 등을 소개하기 위해 1995년 5월 18일 문을 열었다.

석탄은 1970~1980년대 우리 국민의 주된 연료이자, 근대산업 발전의 원동력이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돌아보다 공주 시티투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돌아보다 공주 시티투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돌아보다 공주 시티투어

바람이 만든 작품 태안해안국립공원

충남 공주시 왕릉로

무령왕릉과 공산성은 행복공주 시티투어 5개 코스에 모두 포함된다.

1500년이 넘는 백제의 값진 문화유산이자 공주의 랜드마크이기 때문이다.

부여, 익산과 함께 백제역사유적지구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확정되어 무령왕릉과 공산성의 의미는 더욱 크다.

시티투어는 무령왕릉 주차장에서 출발한다. 무령왕릉이 있는 공주 송산리 고분군은 백제의 왕과 왕족이 잠든 고분 7기가 모인 곳이다.

가장 먼저 만나는 송산리고분군모형전시관은 지금은 들어갈 수 없는 고분의 내부를 재현한 공간이다.

벽돌을 쌓아 만든 5~6호분의 단면, 널길(연도)에서 내부까지 원형 그대로 복원한 무령왕릉도 만나볼 수 있다.

무령왕릉은 1500년이 넘는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1971년 7월, 한여름 밤의 꿈처럼 깨어났다.

장마에 대비해 5~6호분의 배수로 공사를 하던 중 발견됐다.

입구의 지석을 통해 무덤의 주인이 무령왕임이 밝혀졌다.

게다가 석수와 지석, 금제관식과 금귀걸이, 금제 뒤꽂이 등 108종 4600여 점에 달하는 유물이 쏟아졌다.

송산리고분군모형전시관에는 복제품이 있으며, 진품은 국립공주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송산리고분군모형전시관을 나오면 송산리 고분군으로 가는 길과 연결된다. 낮은 언덕에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고분군이 이어진다.

정상에는 국립공주박물관과 백제 왕실 제사유적인 공주 정지산 유적까지 다녀올 수 있는 산책로가 있다.

행복공주 시티투어의 두 번째 방문지 공산성은 백제가 공주를 도읍으로 정하면서 왕궁을 건설하고 쌓은 성이다.

공산성 내부로 길이 거미줄처럼 이어지지만, 성곽을 따라 한 바퀴 둘러보는 것이 가장 좋다.

공산성의 관문 역할을 하는 금서루에서 연지와 만하루, 진남루을 거쳐 금서루로 돌아오는 데 한 시간 반이면 충분하다.

특히 금서루에서 연지와 만하루를 거쳐 공산성 북동쪽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금강 물줄기와 함께 공주 신시가지인 신관동 일대가,

백제 시대 토성 흔적을 간직한 영동루와 진남루 구간은 주변 산세와 공주 구시가지가 내려다보인다.

금강은 백제의 터전이기도 하지만, 훨씬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살았다.

약 1만 년 전 구석기인이 그 주인공이다.

사적 334호로 지정된 공주 석장리 유적과 석장리박물관은 행복공주 시티투어로 찾아가는 세 번째 여정이다.

석장리 유적은 1964년 뗀석기가 발견되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구석기 유적이 되었다.

2010년까지 모두 13차례에 걸친 발굴로 찍개, 긁개, 주먹도끼 등 구석기시대 유물과 약 2만 5000년에서 3만 년 전의 집터 등이 발견되었다.

석장리박물관 내부에는 구석기 인류의 진화 과정, 도구를 만들기 시작한 구석기인의 생활 모습, 석장리 유적의 발굴 과정이 차례로 이어진다.

박물관 외부에는 구석기인의 생활상을 담은 선사공원과 발견된 집터를 토대로 막집을 복원한 석장리구석기유적지가 있다.

석장리박물관 야외에 나서면 강바람이 시원하다. 유유히 흐르는 금강을 따라 넉넉한 시간을 보내는 건 어떨까? 행복공주 시티투어에는 계절 체험이 포함된다.

6~8월에는 청벽수상레저에서 수상 레저 체험이, 9~10월에는 공주 특산물인 밤 줍기 체험이 진행된다.

석장리박물관 아래 마련된 수상 레저 시설에서 오리 보트와 모터보트, 황포 돛배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무령왕릉에서 시작한 시티투어는 오후 5시 무령왕릉 주차장에서 마무리된다.

시티투어 예약은 공주 문화관광 홈페이지나 공주시관광진흥협의회에 전화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