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 몽토랑산양목장 해맑은 유산양과 초원에서
태백 몽토랑산양목장 해맑은 유산양과 초원에서
피천득 작가는 〈오월〉이라는 수필에서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라고 했다.
초록으로 물든 계절, 여행지에서 특별한 추억을 남겨보면 어떨까. ‘산소 도시’ 태백에 동물과 교감하는 몽토랑산양목장이 있다.
청명한 공기 속에 유산양과 나란히 초원을 걷다 보면 동화 속에 들어온 듯 착각에 빠진다. 여기에 신선한 산양유까지 마시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 느낌이다
몽토랑산양목장은 해발 800m에 자리해, 맑은 공기와 수려한 풍광을 자랑한다.
몽토랑은 ‘몽글몽글 구름 아래 토실토실 유산양을 너랑 나랑 만나보자’라는 뜻으로,
풀이 초록색 융단처럼 깔린 곳에서 하얀 유산양이 노니는 목가적인 풍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흑염소를 비롯해 여러 동물을 키워온 몽토랑 박성율 대표는 답사하러 스위스에 갔다가 유산양의 매력에 푹 빠졌다.
공기 맑은 고원지대라는 태백의 환경이 알프스와 비슷해, 유산양 목장을 해볼 만하다고 판단했다. 언젠가 목장을 열겠다는 꿈이 유산양을 만나 현실이 된 것.
박 대표는 한국의 알프스를 만들겠다는 새로운 꿈을 품고, 2021년 몽토랑산양목장을 열었다.
유산양 목장은 양 목장에 비해 드물다.
유산양은 젖 생산을 목적으로 개량한 외래종 염소로, ‘젖염소’라고도 불린다. 몽토랑의 유산양도 산양유 생산이 주 역할이다.
몽토랑에는 유산양 130여 마리가 있는데, 종에 따라 털빛이 다르다.
몸 전체가 하얀 자넨종, 갈색 몸에 입 주변과 뿔 둘레 털이 하얀 토겐부르크종, 가죽과 털빛이 다양한 알파인종이 섞여 있다.
가족 여행객이 이곳을 찾는 이유 중 하나는 순한 유산양 때문이다. 목장에 들어서면 초원을 어슬렁거리던 유산양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다가온다.
유산양의 친화력 앞에서 금세 무장해제 된다. 아이들도 처음에는 무서워하다가 유산양을 쓰다듬으며 함께 논다.
자리를 옮길 때마다 졸졸 따라다니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는 녀석도 있다.
한쪽에 누워 따스한 볕을 쬐거나 풀을 뜯는 모습, 다른 유산양과 장난치는 모습이 보는 이를 흐뭇하게 한다.
느긋한 유산양의 발걸음이 빨라질 때가 있다. 먹이 주기용 사료를 든 사람이 나타날 때다.
동화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사료를 든 사람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유산양이 이동한다.
유산양과 눈을 맞추고 먹이를 주는 기분이 우리 안에 있는 동물에게 먹이를 줄 때와 다르다.
동물과 교감하는 곳
풍경만 아름다운 목장이 아니라, 동물과 교감하는 곳이다. 아이들에게도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 순간이다.
지난해에는 새끼 양에게 젖 먹이기, 피자를 비롯한 각종 먹거리 만들기 체험을 진행했으나, 현재는 내부 사정상 먹이 주기 체험만 가능하다.
이 외에 몽토랑의 이색 프로그램으로 피크닉 세트와 목장 체험 차박이 있다.
피크닉 세트는 목장에서 피크닉 하는 데 필요한 장비와 소품을 대여하며, 2인 입장료와 먹이 주기 체험 등이 포함된다.
태백 몽토랑산양목장 체험 차박은 목장에서 ‘차박’ 장소를 빌려주는 프로그램으로, 하루 2대만 운영한다.
유산양과 시간을 보낸 뒤에는 목장 둘레를 한 바퀴 돌아보자. 전망 덱이 곳곳에 마련되어 풍광을 조망하기 편하다.
가장 높은 전망 덱에서 보면 오른쪽으로 태백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 왼쪽으로는 매봉산바람의언덕에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모습이 이국적이다.
목장을 돌아본 뒤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산양유 맛보기다.
산양유는 소화가 잘되고, 모유와 비슷한 단백질 성분이 있어 건강에 유익하다고 알려졌다.
몽토랑에서는 매일 짠 신선한 산양유를 저온 살균해 내놓는다. 산양유요거트, 산양유아이스크림, 산양유를 넣은 크림빵과 식빵 등 가공식품도 다양하다.
산양유와 가공식품은 몽토랑 입구 카페에서 판매한다.
카페는 시원한 인테리어로도 유명하다.
태백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커다란 유리창은 방문객이 인증 사진을 찍는 곳이다.
몽토랑산양목장 운영 시간은 오전 9시 30분~오후 6시(연중무휴), 입장료는 5000원이다(먹이 주기 체험 별도).
카페는 목장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다.
몽토랑산양목장에서 자동차로 약 7분 거리에 태백 용연굴(강원기념물)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해발 920m)에 있는 동굴로, 태곳적 신비가 엿보인다.
3억~1억 5000만 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알려진 동굴에는 해파리 모양 유석, 사하라사막을 닮은 석순 등 다양한 생성물이 즐비하다.
길이 843m로 한 시간 정도면 여유 있게 둘러보기 충분하다. 좁은 구간이 있어 안전모 착용은 필수다. 평균기온 9~12℃로 여름에 인기다.
구문소(천연기념물)는 용연굴과 함께 신기한 지질구조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황지천과 철암천이 지하에서 만나 석벽을 깎으며 형성된 지형으로, 암벽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동굴 모양이다.
구멍 아래는 깊은 웅덩이다. 구문소는 우리나라에서 보존 상태가 양호한 삼엽충이 다수 발견되어 ‘고생대의 보고’로 불린다.
태백을 이야기할 때 석탄을 빠뜨릴 수 없다. 구문소 근처에 석탄 산업이 호황이던 시절을 보여주는 철암탄광역사촌이 있다.
옛 탄광촌 주거 시설에 조성한 생활사 박물관으로, 과거 태백의 흔적이 있다.
도로 뒤쪽으로 가면 하천 바닥에 지지대를 세워 공간을 넓힌 ‘까치발 건물’도 보인다.
탄광으로 향하는 남편과 아기를 업은 아내가 손 흔드는 야외 조형물이 태백의 과거를 떠오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