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남해 바래길 같이 걸을까 바스락 길
경남 남해 바래길 같이 걸을까 바스락 길
길 위에서 만난 동네 어르신의 바래길에 대한 회상이다.
척박한 땅을 일구고 다랭이 논과 밭을 만들어 농사를 지었지만 줄줄이 딸린 자식 가르치는 데는 항상 부족했다.
곤궁한 살림을 충당하기 위해 어머니 아버지는 바다로 나가 갯일을 했다.
이를 남해 사람들은 ‘바래한다’고 한다.
바래한 갯것들을 대야에 지고 나르던 삶의 길은 이제 아름다운 도보 여행길이 되었다.
남해 바래길 2코스 앵강다숲길을 찾았다.
남면, 이동면, 상주면에 걸쳐진 앵강만을 따라 바다와 육지 사이 오솔길과 해안 길을 사부작사부작 걷는 코스다.
앵강이라는 이름에는 두 가지의 유래가 있다.
하늘에서 본 지형의 모양새가 앵무새 부리 같아서, 혹은 만에 가득한 몽돌에 파도가 부딪히면 앵무새 울음소리가 나서 앵강이라는 이름이 붙었단다.
앵강만을 따라 걷는 2코스는 가천 다랭이 마을, 홍형 해라우지 마을, 월포·두곡 해수욕장과 미국마을, 화계, 원천마을까지 총 14.6km의 구간에 이르는 길이다.
앵강만 끝 백련마을까지를 앵강다숲길로 계획하고 있는데, 이 길이 완성되면 총 18km가 된다.
실제 탐방한 코스는 다랭이 마을에서 월포·두곡 해수욕장까지 펼쳐진 약 8km 구간이다.
이 구간은 10월 29일 열리는 ‘남해 바래길 걷기 축제’에 선정된 코스로 야생화 사업 지역이기도 하다.
2코스 앵강다숲길은 눈과 귀가 웃는 길이다.
너른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 논밭, 자연이 고스란한 아름다운 오솔길, 갈매기 모여 있는 평온한 해안 길이 번갈아 펼쳐진다.
가만히 귀를 기울여보자. 귓전을 울리는 바람 소리, 파도 소리, 새소리, 풀벌레 소리와 바람에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소리가 어수선한 마음을 맑게 달랜다.
오솔길에 나뭇잎 그림자가 춤을 추면 마치 해가 드는 소리까지 나는 듯하다.
길이 탐방객에게 건네는 또 다른 귀한 선물은 야생화다. 달개비, 꿀풀, 층꽃나무, 해국 등이 곳곳에 폈다.
대체로 조용하고 수줍게 숨어 피어있어서 천천히 걸으며 잘 살펴보는 만큼 많이 찾는다. 보물찾기하듯 말이다.
길이 시작되는 가천 다랭이 마을의 아름다운 정취는 2코스의 하이라이트다.
탐방로는 바다 쪽으로 나 있는데, 시간을 내서 탐방로에서 잠깐 벗어나 마을을 둘러볼 것을 추천한다.
아기자기한 마을의 외형 뒤에는 삶을 향한 굳건하고 억척스러운 의지가 숨어 있다.
바다에 면해 있지만 배가 드나들 수 없는 마을, 절벽 때문에 선착장을 만들 수 없는 마을 사람들은 바다일 대신 농사일을 택했고, 절벽을 개간해 석축을 쌓아 농지를 만들었다.
바다와 가장 가까운 논두렁 길 끝에 섰다. 발아래 펼쳐진 해안 절벽과 마을의 풍광은 척박한 삶을 이겨낸 사람들의 이야기와 어우러져 감동적이다.
어디나 제일의 풍경은 군부대 초소에 있는 법이다.
가천 다랭이 마을에서 시작해 약 800m 정도 걷다 보면 옛 군부대 초소가 나온다.
마을을 감싸는 설흘산 자락 끝 초소 자리로 지금은 전망대가 되었다. 여기서 바라본 풍경이 시쳇말로 예술이다.
앵강만이 아늑하게 품은 건너의 원천마을과 백련마을이 보이고 가까운 바다의 노도, 먼 바다의 솥뚜껑 모양을 한 소치섬이 한눈에 든다.
노도는 11가구가 살고 있는 유인도로 옛 시절 섬 가득한 참나무를 잘라 노를 만들던 곳이라 노도라 불린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