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동감 넘치는 바다 탐험의 시작 울진 국립해양과학관

생동감 넘치는 바다 탐험의 시작 울진 국립해양과학관

생동감 넘치는 바다 탐험의 시작 울진 국립해양과학관

백두대간의 시원함 문경 단산 관광모노레일

유익한 내용이라도 재미가 없으면 끌리지 않는다.

경북 울진에 바다를 입체적으로 배우고 신나게 체험하는 국립해양과학관이 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시설을 만지고 조작하며 바다 생태계를 이해한다.

바닷속전망대, 바다마중길393, 파도소리놀이터 등을 갖춰 가족 여행객에게 사랑받는다.

2020년 7월에 문을 연 국립해양과학관은 해양과학 전문 전시·교육·체험 기관이다. 본관은 면적 1만 2345㎡에 지상 3층 규모다.

‘원 오션 원 플래닛(One Ocean, One Planet)’이라는 주제로 꾸몄으며, 1~10존 상설전시실과 VR어드벤처, 3면영상관이 있다.

건물은 하늘에서 내려다볼 때 바다에 비친 독도를 형상화했다.

과학관이 자리한 울진군 죽변면이 독도와 가장 가까운 육지라는 점에서 더 의미 있다.

관람은 광장에서 시작한다.

우락부락하게 생긴 바이퍼피시, 철 조각 수천 개로 표현한 레이스산호, 문어를 닮은 뱀파이어오징어 등

심해 생물을 모티프로 한 예술 작품이 전시된다.

과학관 건물에 들어서면 여러 나라 언어로 쓰인 환영 인사가 방문객을 반긴다.

본격적인 관람은 3층에서 출발한다. 미디어 아트를 보여주는 ‘오션플랫폼’과 푸른 바다로 빠지는 듯한 ‘오션홀’을 지나,

‘하나로 흐르는 바다’ ‘다양한 생명체의 바다’ 등 다채로운 바다 이야기를 담은 전시실이 이어진다.

국립해양과학관 전시실은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놀이와 결합했다.

예를 들어 ‘하나로 흐르는 바다’ 전시실에서는 바다가 해류로 인해 순환한다는 사실을 ‘러버덕의 해류 여행’ 이야기로 풀어낸다.

키오스크에서 캐릭터를 선택하면 해당 캐릭터가 해류를 따라 바다를 돌아다닌다.

어린이들은 이것을 보고 자연스럽게 해류를 이해한다.

바다를 개척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이 담긴 ‘미지의 바다 도전하는 인류’ 전시실에서는 심해 탐사 로봇을 비롯한 갖가지 해양 탐사 도구를 만난다.

태블릿으로 공중에 매달린 트리에스테호를 비추면 증강현실(AR) 영상이 등장해 색다른 체험을 제공한다.

‘인류 일상 보고의 바다’ 전시실에서는 쓰레기 모형을 가운데 올리면 관련 내용이 나와, 해양 쓰레기에 따른 환경오염이 얼마나 심각한지 느낄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실시간 관측되는 바다’ 전시실에서는 조그 다이얼로 무역풍의 세기를 조절해 엘니뇨와 라니냐를 만들어본다.

‘역동하는 지구 변화하는 바다’ 전시실에서는 조이스틱을 움직여 해저 지각변동의 원리를 쉽게 이해한다.

체험 기구마다 작동하는 방법이 달라 처음에는 어려울 수 있지만, 전시실마다 상주하는 해설사가 친절히 설명해준다.

상설전시실을 다 보고 2층으로 내려가면 ‘해양생물 톡톡’ 코너가 기다린다.

해양생물 그림을 색칠해 스캐너에 올리면 바다 세계로 꾸며진 대형 스크린에서 어린이가 그린 해양생물이 움직인다.

어린이들이 해양생물과 가까워지는 기회다.

이외에 해양과학 영상을 생동감 있게 보여주는 3면영상관과 독도에서 남극까지 탐험하는 VR어드벤처도 있다.

VR어드벤처는 코로나19로 운영을 중단했으나, 5월 중순 재개할 예정이다.

1층에서 밖으로 나가면 파도소리놀이터가 있다.

고래와 잠수정, 해초 모양 놀이 기구에서 어린이들이 활기차게 뛰어논다.

놀이터 앞이 바다라 시원하다. 놀이터 옆에는 6월 오픈을 목표로 해양 환경 관련 바다미로를 만들고 있어, 체험 거리가 늘어날 예정이다.

과학관의 화룡점정은 바다마중길393과 바닷속전망대다.

393m에 이르는 바다마중길393은 바다 위를 걷는 듯해 산책 코스로 안성맞춤이다.

바닷속전망대는 바다에 들어가지 않고도 수심 7m 해양 세계를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다.

국립해양과학관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5시(월요일, 1월 1일, 명절 당일 휴관), 별도 공지 때까지 관람료는 없다.

백두대간의 시원함 문경 단산 관광모노레일

백두대간의 시원함 문경 단산 관광모노레일

백두대간의 시원함 문경 단산 관광모노레일

새해 일출과 낙조를 한자리에서 서산 간월암

백두대간에 있는 문경 단산

문경의 단산은 해발 956m의 꽤 높은 산으로 소백산에서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흐름에 얹혀있다.

산의 꼭대기가 평평하여 예전에 신선들이 하늘에 제사지내기 위하여 만든 제단같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는데,

단산을 포함한 주변 산들이 워낙 수려하고 특히 평평한 정상부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어느 유명한 산에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단산 정상부까지 올라가는 모노레일

이 곳 단산에 2020년 봄부터 새로운 관광테마가 생겨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

그것은 왕복 3.6km로 국내에서 가장 긴 거리를 운행하는 산악 모노레일인데,

평일에는 현장에서 당일 탑승권 구매가 가능한 때가 많지만 주말은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예약을

해놓지 않으면 타기 힘들 정도로 인기가 높다. (평일에도 예약 상황을 꼭 확인해보고 가자)

롤러코스터 못지않은 급경사를 즐긴다

단산모노레일은 산을 오르내리는 평균 경사각이 22도이고 최대 경사각은 42도에 달한다.

22도나 42도가 어느 정도의 경사각인지 선뜻 체감이 안될텐데 경사가 급하기로 유명한 대관령이 6도가 안되며

자동차로 오를 수 있는 도로의 최대 경사각도 7도 정도라고 한다.

한국최대 용평스키장에서 초보자들은 앞에 서기만 해도 후덜덜 떨리는 상급자코스의

경사도도 30도 정도이니 단산모노레일의 최대 경사각 42도는 정말 아찔한 기울기이다.

운전하다보면 가끔 오르막 도로에 % 표시가 되어 있는 안내판을 볼 수 있고 서울의 남산 고개가 6.2% 정도라고 하는데

단산모노레일의 경사각 42도를 %로 변환해보면 90% 정도이다.

필자가 한참 경사각에 대해 써 놓는 이유를 짐작하시겠는가?

단산모노레일을 타고 상부 승강장을 향해 올라갈 때는 의자 뒤로 편히 기대 눕듯이 올라가므로 왜 안전벨트를 하라는지

이해를 못하는데 하부 승강장을 향해 내려갈 때는 비로소 안전벨트를 하지 않으면 큰일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경사각 42도를 내려가면 비록 모노레일의 속도가 아주 느릴지라도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 타는 기분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다.

단산모노레일은 8인승이고 두 좌석씩 네 줄인데 내려갈 때 맨 앞줄에 앉게 되면 스릴감을 배가시킬 수 있으니

개인 취향에 따라 앞 줄을 차지하도록 노력하거나 피해가도록 노력해보시라!

모노레일의 탑승시간은 올라갈 때는 35분, 내려올 때는 25분 소요된다.

한편 모노레일은 냉방이 원활하지 않으므로 여름철에는 창문을 내리고 거의 개방 상태로 운행하여

자연에 한층 가까이 다가간 느낌이다.

산에 사는 벌이나 벌레들이 가끔 주위를 맴돌아 살짝 불안한 마음이 들지만 모노레일

열차가 계속 움직여 지나가므로 따라오지는 않아 다행이다.

상부 승강장은 인생샷 명소

모노레일의 상부 승강장(해발 857m) 인근에는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있어 때만 맞으면 산 아래로

출발하며 힘차게 날아오르는 멋진 광경을 볼 수 있으며,

어린왕자 포토존, 초승달 포토존, 그네 포토존 등 인생샷을 남길 수 있는 포인트들도 여럿 있다.

나무데크길 벽에는 일러스트, 웹툰, 그림 등으로 문경의 삶을 표현한 예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단산갤러리가 있어 잠시 둘러 볼만하고 여러 사람들의 소망이 적힌 별 모양 소원종이가 매달려있는

별별소원길에서 다른 사람들의 소원을 엿보는 재미도 있다.

또한, 모노레일 탑승에 이어 상부 승강장에서 단산 정상까지는 왕복 3.8km의 나무데크길인 단산올레길이

있어 1시간 반 정도의 트레킹도 할 수 있으며, 모노레일 하부 승강장에는 VR패러글라이딩 체험,

스크린사격, 스크린승마 등을 즐길 수 있는 체험시설이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운영되어 탑승 전, 후나 탑승 대기시 이용해 볼만하다.

새해 일출과 낙조를 한자리에서 서산 간월암

새해 일출과 낙조를 한자리에서 서산 간월암

새해 일출과 낙조를 한자리에서 서산 간월암

바다를 함께 지켜요 태안 유류피해극복기념관과 태배길

손바닥만 한 바위섬에 암자가 들어앉았다. 물이 빠지면 육지가 됐다가 물이 차면 둥실 떠오른다.

손에 꼽는 서해안 낙조 명소지만, 해 뜨는 풍경도 그에 못지않다.

철새 도래지로 알려진 천수만 북쪽 끝, 충남 서산시 부석면 간월도리에 자리한 간월암이다.

‘달을 보다(看月)’라는 이름처럼 달빛이 내린 밤 풍경도 서정적이다.

일출과 일몰, 달맞이 여행이 모두 가능하다. 이만하면 어디와 견줘도 새해 첫 여행지로 부족함이 없겠다.

건강과 행운을 기원하고 사색하는 곳으로 제격이다.

간월도는 원래 천수만에 있는 여러 섬 가운데 하나였다.

간척 사업으로 방조제와 호수가 생기고 갯벌이 농경지로 바뀌던 1980년대에 주변 다른 섬처럼 육지가 됐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서쪽은 안면도, 동쪽은 홍성과 보령을 바라본다.

남쪽 끄트머리는 밀물 때 섬이 되는 지형이다. 그곳에 간월암이 있다.

간월도가 섬이던 시절엔 배를 타야 했지만, 지금은 썰물 때 걸어서 들어간다.

주차장에서 2~3분이면 닿는 거리다. 바닷물이 들어오면 오갈 수 없으니 방문 전에 물때를 확인해야 한다.

간월암 홈페이지에 물때가 나오고, 입구에 안내판도 있다.

간월암은 아담한 암자다.

법당인 관음전, 산신령을 모신 산신각과 용왕을 모신 용왕각, 250년 된 사철나무, 한창 짓는 범종각까지 전부 한눈에 들어온다.

관음전을 등지고 서면 고요한 서해가 앞마당인 양 펼쳐지고, 멀리 고깃배 몇 척이 한가롭게 떠 있다.

드러난 갯벌에는 삼삼오오 겨울 바다를 즐기는 여행객의 웃음이 낭랑하다.

소망을 적어 매단 등 수백 개가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도 장관이다.

빨갛고 노란 등이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꽃처럼 피었다.

여느 사찰에서 보듯 큼직한 연등이 아니라 어른 주먹만 한 등이 귀엽다.

등 밑에 달린 보리수 잎에 각자 소원을 적는다.

아프지 말고 건강한 한 해를 보내게 해달라는 글귀가 가장 많이 눈에 띈다. 등은 기념품점에서 5000원에 판매한다.

간월암은 한자로 볼 간(看), 달 월(月)을 쓴다.

고려 말에 무학대사가 수행하던 중 달을 보고 깨달음을 얻은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한때 피안사(彼岸寺)라 부르기도 했단다. ‘깨달음의 세계’ ‘열반의 땅’이라는 뜻이다.

물 위에 뜬 모습이 연꽃을 닮아 연화대(蓮花臺)라고도 불렀다.

정확한 창건 시기는 알지 못한다. 다만 조선 시대 억불 정책으로 폐사됐다가 1941년 만공선사가 다시 세운 사실이 전해온다.

지금은 수덕사의 말사로 많은 여행객이 찾는다.

만공선사는 일제강점기에 승려이자 독립운동가로, 근현대 한국 불교계에 큰 발자국을 남겼다.

수덕사를 대대적으로 중창하기도 했다. 간월암을 세우고 독립을 기원하는 천일기도를 드렸는데, 사흘 뒤 해방을 맞았다고 한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라는 법어로 유명한 성철스님도 만공선사의 권유로 이곳에서 수행했다.

간월암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낙조다.

가까운 안면도 꽃지해변과 함께 사진가들이 즐겨 찾는 포토 존으로 꼽힌다.

간월암에서 감상해도 좋지만, 간월암을 배경으로 해가 지는 풍경이 더 아름답다.

하늘과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장엄하게 사그라지는 해를 보면 숙연한 느낌마저 든다.

간월암에서 나오며 왼쪽을 보면 긴 방파제 끝에 빨간 등대가 있다.

어둠이 내리면 방파제와 등대에 조명이 들어와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등대 앞은 해돋이를 보는 최적의 포인트다.

일출 풍경을 촬영하려는 이들이 새벽부터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모여든다.

낮에는 방파제 입구에 석화구이 좌판이 늘어선다.

부석면에 무학대사, 만공선사와 인연이 깊은 사찰이 한 군데 더 있다.

간월암에서 자동차로 20여 분 떨어진 도비산 자락의 부석사(충남문화재자료)다.

신라 고승 의상대사가 677년(문무왕 17)에 창건했다고 전한다.

공교롭게 경북 영주의 부석사와 이름이 같고, 창건 시기와 설화마저 비슷하다.

조선 초기에 무학대사가 중수하고, 근대 들어 만공선사가 머무르기도 했다.

경내에 극락전, 심검당, 안양루, 향적당, 산신각, 마애석불, 만공선사가 수행하던 토굴이 있다.

산신각에서 내려다보는 조망이 시원하니 놓치지 말자. 사찰 입구의 전통찻집 ‘도비산다원’에서 따뜻한 차도 한잔 마신다.

서산동부전통시장은 청과와 수산물, 포목, 의류, 잡화, 먹거리를 두루 갖춘 서산 최대 재래시장이다.

어시장이 가장 거래가 활발하고,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서산 특산물인 우럭포, 반건조 박대, 굴, 감태, 젓갈이 인기 품목이다.

팥죽, 찐빵, 호떡 등 간식거리도 많다. 현지인이 좋아하는 추억의 간식은 노포에서 파는 옛날식 호떡이다.

기름을 살짝 둘러 담백하게 구워준다. 서산공용버스터미널과 가깝고 전용 주차장이 있어 이용하기 편하다.

서산 남쪽 끝에 간월암이 있다면, 북쪽 끝에는 삼길포항이 있다.

바다낚시를 하는 이들에게 소문난 곳으로, 최근에 ‘차박’ 여행자가 부쩍 늘었다.

바다 위 어선과 푸른 하늘, 빨간 등대가 멋진 풍경을 이루고 수산물직매장과 횟집이 있어 눈과 입이 즐겁다.

삼길포항 명물은 선상 어시장이다. 바다 위 부교에 배 20여 척이 정박해 우럭과 광어, 노래미, 간자미, 붕장어를 즉석에서 회로 떠준다.

근처 식당에 가져가 비용을 내면 기본적인 상차림에 매운탕까지 끓여준다.

바다를 함께 지켜요 태안 유류피해극복기념관과 태배길

바다를 함께 지켜요 태안 유류피해극복기념관과 태배길

바다를 함께 지켜요 태안 유류피해극복기념관과 태배길

휴일N 놀러와유 遊 서천갯벌

2021년 화창한 어느 가을날, 태안 앞바다에 섰다.

서해안 물빛이 이리 고왔나 놀랄 만큼 바다가 맑고 아름답다.

만리포해수욕장 끝자락에서 만난 유류피해극복기념관이 아니면 이 바다가 10여 년 전, 기름으로 뒤덮였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릴 뻔했다.

2007년 12월 7일, 만리포 앞바다에서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와 해상 크레인이 충돌해 엄청난 기름이 유출되는 불행한 사고가 발생했다.

시커먼 기름이 바다를 뒤덮은 끔찍한 장면이 TV로 전송됐다.

검게 물든 바다는 쉽게 회복되지 못할 듯 보였다.

전문가들조차 태안 앞바다가 회복되려면 수십 년이 걸릴지도 모른다는 암울한 전망을 했다.

이후 전문 방제 인력 외 전국 각지에서 123만 명이 넘는 자원봉사자가 태안으로 몰려와 기름 제거에 구슬땀을 흘렸다.

자원봉사자가 인간 띠를 이뤄 바다의 기름띠를 제거하는 작업에 동참했다.

그 결과 만리포해수욕장은 2008년 6월, ‘해수욕 적합’ 판정을 받고 다시 개장하는 기적이 일어났다.

당시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충격적인 환경오염 사건과 극복 과정이 유류피해극복기념관에 고스란히 기록됐다.

유류피해극복기념관은 사고 발생 10년째가 되던 2017년, 사고 현장인 만리포해수욕장 인근에 문을 열었다.

잊혀가던 유류 유출 사고의 아픔과 극복 과정, 자원봉사자의 헌신을 고스란히 담아낸 공간이다.

2층은 영상체험실로 꾸몄다. 기름 제거하기, 해양 생물 되살리기 등 영상 체험이 가능하다.

‘기름 제거하기’는 터치스크린에서 헌 옷, 고압 세척기,

흡착포 같은 도구를 선택해 기름을 제거하는 놀이 형태 체험으로, 당시 자원봉사자의 노고를 되새기게 한다.

‘해양 생물 되살리기’는 종이에 그려진 바다 생물을 선택해 채색하고, 스캐너로 이미지를 전송해 대형 스크린에 띄우는 체험이다.

바닷속 풍경을 담은 스크린에 ‘웃는 돌고래’라는 애칭이 있는 상괭이를 포함한 태안 앞바다의 해양 생물과 체험객이 띄운 물고기가 함께 노닌다.

태안 바다 환경이 해양 보호 생물로 지정된 상괭이가 나타날 정도로 회복됐음을 보여준다.

유류피해극복기념관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5시, 관람료는 없다.

해설사 안내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기념관에서 멀지 않은 ‘태배길’도 걸어보길 추천한다.

유류 유출 사고 당시 자원봉사자들이 방제 작업을 하러 오가던 길이 걷기 코스로 다시 태어났다.

전체 길이 약 6.5km 순환형 코스로, 유류 유출 피해의 아픔과 극복의 기쁨을 담아 6개 구간에 각각 순례길,

고난길, 복구길, 조화길, 상생길, 희망길이라고 이름 붙였다.

태배길은 당나라 시인 이태백이 이곳 풍광에 반해 시를 남겼다는 유래가 전할 만큼 경관이 수려하다.

의항과 구름포, 안태배, 신너루 등 해안 풍경이 아름답고, 탁 트인 전망을 제공하는 태배전망대도 있다.

태배길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찰나의 감동을 넘어 묵직한 여운이 남는다.

이 길을 묵묵히 오가며 곳곳을 청소한 자원봉사자의 수고가 뒷받침된 비경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 눈앞에 태안의 아름다운 풍경은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

감사와 환경보호 실천 의지를 담아 한 걸음, 한 걸음 디뎌본다.

태안 유류 유출 사고를 얼마나 잘 극복했는지 살펴보려면 주요 피해 지역 가운데 하나인 만리포해수욕장 일대를 돌아보자.

백사장과 갯벌이 드넓은 이곳은 서해안 3대 해수욕장이라는 명성을 되찾았고,

최근 서핑 명소로 자리매김하며 서핑 메카인 미국 캘리포니아에 빗대 ‘만리포니아’라는 애칭도 얻었다.

맑은 바다와 백사장, 갯벌, 서핑에 서해안 낙조까지, 우리가 바다에서 원하는 모든 요소를 갖췄다.

해수욕장 끝자락에 지난 7월 만리포전망타워가 문을 열었다.

높이 37.5m, 지름 15m 규모로 전망대에 오르면 일대가 한눈에 보인다.

전망대가 원기둥 모양이라 한 바퀴 돌며 바다부터 산과 논밭까지 만리포 주변 경관을 두루 조망할 수 있다.

올라갈 때는 엘리베이터를, 내려올 때는 기상 상황이 허락한다면 야외 계단을 이용해보자.

나선형 계단을 따라 내려오며 눈에 담는 풍경이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휴일N 놀러와유 遊 서천갯벌

휴일N 놀러와유 遊 서천갯벌

휴일N 놀러와유 遊 서천갯벌

강화 전등사 죽림다원과 도솔미술관

달에게 자리를 내어줄 시간. 태양이 수평선 뒤로 슬그머니 숨어든다.

하늘은 신비로운 보랏빛으로 가득하고 바다는 태양의 붉은 그림자로 주홍빛으로 물들었다가 서서히 어둑해진다.

태양을 배웅하는 듯, 달을 반기는 듯 순간 날아올라 화려한 군무를 추는 수만 마리의 철새들.

자연이 순리대로 낮과 밤을 교대하는 성스러움을 행할 때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펼쳐진다.

매일 저녁마다 역동적인 수채화가 그려지는 충남 서천갯벌이다.

서해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이자 우리나라 3대 철새도래지로 꼽히는 서천갯벌.

새만금 갯벌이 사라진 후 금강하구에 남아있는 유일한 하구 갯벌이다.

과거 이 서천갯벌을 매립하여 산업단지로 만들자는 추진이 있었다.

그러나 생태계를 보존하겠다는 서천군의 현명한 선택으로 한반도는 하나의 보물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

만일 이곳을 산업단지로 조성했다면 매년 찾아오는 노랑부리백로, 저어새, 검은머리물떼새 등 멸종위기야생동물들을 다수 잃었을 것이고,

서천갯벌을 터전으로 삼고 있는 101종의 조류들과 95종의 저서동물들을 다시는 볼 수 없었을 것이다.

하마터면 우리가 잃을 뻔한 한반도의 보물은 현재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서천군은 서천갯벌을 필두로 국제생태도시로 발전하고 있다.

한반도의 생태계를 비롯해 세계 5대 기후와 그곳에서 서식하는 동·식물들을 전시하고 교육하는

‘국립생태원’과 세계 해양생물자원을 수집, 보존, 연구, 전시하는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을 보유하고 있으며,

서해안 6만여 평의 광활한 갈대밭과 1km가 넘는 해송 산림욕장 등이 있어 도시 전체가 살아있는 생태학습장이자 자연박물관이라 할 수 있다.

밀물과 썰물에 따라 모양이 바뀌는 바다와 저 멀리 울퉁불퉁 솟아있는 섬들을 한눈에 담아가며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서천군에서는 서천갯벌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볼 수 있는 어드벤쳐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프로그램은 아이들을 위해 준비된 것이지만 막상 참여해보니 성인들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기게 될 만큼 흥미진진한 프로그램이었다.

서천갯벌 체험 프로그램 ‘에코히어로즈의 모험, 에코히어로즈 3’ 출발점은 서천 송림갯벌 야외부스이다.

이곳에서 체온을 측정하고 미션 준비물을 받는다. 미션 준비물은 책과 무전기, 미션 상자이다.

미션 확인을 위해 QR코드를 찍어 카톡방을 만들고 준비물을 잘 챙겨 지도에 표시된 첫 번째 장소로 걸어간다.

앞서가는 아이들을 보니 손에 든 지도가 보물지도라도 되는 양 수십 번을 다시 보고 또다시 확인하며 목적지를 향해간다.

첫 번째 미션은 솔방울 양궁. 솔방울 10개 던져 계란판 표적에 더 많이 들어가는 팀이 이기는 게임이다.

가족끼리 대항전에 들어가기도 했는데 어쩐지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열정적이었다.

무엇보다 서천 해변 뒤 길게 늘어진 솔밭에 지천으로 널린 솔방울과 계란판을 재활용하여 그럴싸한 게임을 만들었다는 것이 신선했다.

그리고 꽤 먼 거리에서 붉은 계란판 안에 솔방울을 던져 넣는 일이 휴일N 놀러와유 생각보다 만만치 않아 어릴 적 비석 치기를 할 때 느꼈던 전의를 다시 불러왔다.

솔방울과 씨름을 하고 나니 양궁장 근거리에 거미줄 통과하기 게임이 보였다.

소나무 사이사이 줄을 묶어두고 줄에 방울을 달아 경보기 흉내를 내두었다.

몸을 굽히거나 줄을 넘어 방울이 울리지 않게 통과해야 하는 미션이었는데 어른들은 가장 어려워하고, 아이들은 가장 즐거워했던 코스였다.

두 번째 미션은 갯벌에서 수행하는 것이었다.

미션 상자 안에 있는 필드스코프(만원경)을 이용하여 바다의 있는 섬을 개수를 세어 무전기에 대답하면 요원이 시원스럽게 정답!을 외쳐준다.

이어 서천갯벌의 마스코트인 검은머리물떼새를 찾아 사진을 찍어 보내면 다음 임무가

하달되는데 갯벌로 내려가 살아있는 동·식물 7가지를 찾아 사진을 찍어 보내는 것이다.

7가지를 찾아야 한다는 말에 아이들도 어른들도 마음이 급해진다. 바지 끝단을 접어 올릴 새도 없이 아이들은 갯벌로 텀벙 들어간다.

사실 청정갯벌인 서천에서 각기 다른 7가지 생물을 찾는 건 굉장히 쉬운 일이었는데 말이다.

순식간에 댕가리, 동죽, 총알고둥, 엽낭게, 갈색새알조개 등을 찾은 아이들은 사진을 찍어 보내고 다시 지도를 펼쳐 다음 장소로 신나게 달려갔다.

세 번째 미션은 비교적 간단했다.

미션 상자에 들어 있던 검은색 통을 흔들어보고 무엇이 들어 있는지 무전기에 정답을 외치는 퀴즈였다.

통 안에 물건을 맞춘 정답자들은 자연의 소리를 녹음해 전송하는 다음 미션을 수행했다.

사람의 소리가 가득한 환경에만 있다가 자연의 소리를 찾아 녹음하라고 하니 순간 모두에게 정적이 흘렀다.

어른도 아이도 목소리를 줄이고 발걸음을 조심히 하며 파도소리, 바람소리, 새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눈을 감고 갯벌의 소리를 들어 보는 시간은 어른들에게도 낯선 경험이었다.

강화 전등사 죽림다원과 도솔미술관

강화 전등사 죽림다원과 도솔미술관

강화 전등사 죽림다원과 도솔미술관

물레재 넘어 펼쳐진 동강의 샹그릴라 정선 연포분교 가는 길

봄날, 차향은 마당 깊숙이 머문다. 꽃향기에 수수한 한옥 향까지 어우러져 완연한 휴식이 찾아든다.

강화초지대교와 맞닿은 강화도 길상면에는 전통찻집 두 곳이 따사롭다. 온수리(전등사로) 전등사 죽림다원과 장흥리(길상로)

도솔미술관은 한옥에 기대 전통차를 마시는 공간이다.

이른 오전에 찾은 전등사는 고즈넉함이 더하다. 아침 햇살이 산사의 여백을 채우는 사색의 시간이다.

죽림다원은 마당 너머 천년 고찰 전등사를 품에 안고 있다.

달각거리는 다기 소리와 목탁 소리가 간간이 뒤섞이는 이 시간이 평화롭다.

죽림다원은 20여 년 전에 문을 열었다.

신도들이 차를 마시며 잠시 쉬다 가는 휴식 공간이 본격적인 찻집으로 모습을 바꿨다.

나무 탁자로 채운 다원 마당에는 전등사 대조루와 종루가 병풍처럼 드리워진다.

대조루 계단 너머에는 보물로 지정된 대웅보전, 약사전, 범종 등이 수줍게 담겨 있다.

한옥 찻집 죽림다원은 단청과 커다란 서까래가 운치 있다.

내부에는 형형색색 도자기들이 전시되고, 탁자마다 놓인 화분이 봄 분위기를 더한다.

한가한 시간에 들르면 창가 자리에 앉아 전등사의 봄날을 만끽해도 좋다.

벚꽃이 지고 나면 수선화, 백리향, 작약, 돌단풍, 철쭉, 매발톱이 꽃망울을 터뜨린다. 마당에는 작은 연못도 있다.

죽림다원에서는 직접 만든 차를 내놓으며, 쌍화탕과 연잎차가 인기다.

쌍화탕은 14가지 한약재를 이틀간 우려 깊은 맛을 낸다.

연잎차는 전등사 승려와 보살들이 가마솥에 덖은 연잎으로 만든다.

이 밖에 모과차, 생강레몬차, 쑥차 등이 주요 메뉴이며 쑥떡과 연꿀빵도 맛볼 수 있다.

차향을 음미한 뒤에는 여유로운 호흡으로 전등사를 둘러보자.

고구려 아도화상이 창건한 전등사는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고 지켜낸 사찰로 알려졌다.

수백 년 세월을 지내온 느티나무와 대웅보전 지붕을 떠받치는 나부상이 전등사의 흥미로운 볼거리다.

죽림다원 운영 시간은 오전 8시 30분~오후 6시 30분이다(연중무휴). 찻집 직원이 추천하는, ‘감동의 차 한잔’을 기울이는 시간대는 저녁 예불 무렵이다.

전등사 입장료(어른 4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1500원)는 찻값(5000~8000원)과 별도다.

장흥리 온수천 변에 자리한 도솔미술관은 한옥에 들어선 갤러리 겸 찻집이다.

고택을 재현한 이곳은 깊은 마당에 유연하게 굽은 소나무들이 인상적이다.

대청과 사랑방, 안방 등을 전시 공간이자 차 마시는 차방으로 꾸며 어느 곳이든 차향과 한옥, 작품이 함께한다.

30여 년 동안 조경업에 종사한 관장이 취미인 그림을 소재로 2015년 한옥 찻집을 열었다.

행랑채와 누마루를 끌어들이고, 대형 서까래에 기와를 올렸다.

일반인도 편하게 다가설 수 있는 문턱 낮은 미술관이 이곳의 모토다.

미술관은 1~2층 전시실 외에도 별채, 뜰안채 등으로 구성된다.

갤러리에는 매달 새로운 작품이 내걸린다. 한지 공예, 민화, 서양화, 사진, 도자기 등 소재에 제한은 없다.

5월에는 서양화 전시가 열릴 예정이다.

이곳 찻집의 대표 메뉴는 수제 대추차와 단호박식혜다.

대추차는 말린 대추를 씨와 껍질째 끓여 으깬 뒤 5시간 우려 깊은 맛이 난다.

단호박식혜는 찐 단호박을 갈아 식혜에 넣고 끓인 뒤 얼려 살얼음이 뜬 채로 낸다.

직접 담근 오미자청으로 만든 오미자차와 찰보리 가루로 구운 보리빵, 약식 등도 인기다.

봄볕이 좋을 때는 마당과 뜰안채에서 차를 마시고, 미술관 뒤쪽이나 누마루에서 강화의 들판을 바라보며 차향에 취할 수 있다.

찻집의 귀염둥이로 사랑받는 고양이 ‘레오’, 반려견 ‘별이’와 시간을 보내도 좋다. 미술관에서 작가들의 손길이 깃든 기념품도 판매한다.

갤러리에서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즉석에서 컵에 입히는 체험이 흥미롭다. 5월 주말에는 보자기 매듭 전시를 선보이고, 공예 체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옥 앞마당에서는 투호, 제기차기 등 전통 놀이도 가능하다.

도솔미술관 운영 시간은 오전 9시~오후 9시(연중무휴), 입장료는 8000원(차·음료 포함)이다. 친절한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으며, 해 질 무렵 미술관 풍경도 운치 있다.

물레재 넘어 펼쳐진 동강의 샹그릴라 정선 연포분교 가는 길

물레재 넘어 펼쳐진 동강의 샹그릴라 정선 연포분교 가는 길

물레재 넘어 펼쳐진 동강의 샹그릴라 정선 연포분교 가는 길

성주에서 보내는 느긋한 휴가 한개마을과 포천계곡

연포분교는 늘 그리운 이름이다.

소사마을과 연포마을 사이에 다리가 없던 28년 전, 줄배를 타고 동강을 건너 연포분교에 간 적이 있다.

거대한 뼝대(바위로 된 높고 큰 낭떠러지) 아래로 물안개 헤치고 동강이 유유히

흐르는 풍경 앞에서 ‘우리나라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었나?’ 감탄했다.

연포분교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축구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후 몇 번 더 연포분교에 들렀고, 연포분교가 캠핑장으로 바뀌었다는 말을 듣고 일부러 찾아가기도 했다.

옛 기억을 더듬어 연포분교로 가는 길은 한없이 설렌다.

드라이브 시작점은 인적 뜸하고 소박한 예미역이 적당하다.

예미역은 청량리역을 출발한 무궁화호 열차가 하루 다섯 번 정차한다.

무인역으로 운영되지만, 내부가 깔끔하고 화장실도 이용할 수 있다.

예미교차로에서 유문동·동강 방면으로 직진하면 산비탈에 너른 밭이 펼쳐진 유문동이 나온다.

몇 가구가 드문드문 모여 있고, 슬레이트 지붕 위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풍경이 영락없는 오지 마을 같다.

정자가 있는 곳에 ‘동강 가는 길’ 이정표가 발걸음을 재촉한다.

유문동에서 구불구불 이어진 고성리재를 오르는데, 터널이 있다.

일반 터널과 달리 입구가 너무 좁아 들어가도 되는지 망설여진다.

고성터널은 1985년 고성리재 아래로 수도관을 묻으며 생긴 도수 터널(물이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도록 산을 뚫어 만든 길)이다.

내부는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날 만큼 좁고 어둡다. 시멘트로 만든 갱도와 다름없지만, 지름길이라 주민들이 이용한다.

어두운 터널에서 나오면 첩첩산중인데, 지도에 없는 샹그릴라가 나타날 듯한 기분이다.

동강고성안내소를 지나면 삼거리와 만난다.

왼쪽 연포길을 따르면 덕천리 원덕천마을이 나온다.

잠시 마을회관 앞에 차를 세우고 마을을 둘러본다. 옥수수밭 한가운데 외양간이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 가니 어미 소와 송아지가 우물우물 맛있게 여물을 먹고 있다.

어미 소가 낯선 사람을 발견하고 눈을 부라린다. 외양간 앞에서 조망이 시원하게 열린다.

구불구불 물레재로 오르는 도로가 보이고, 그 옆에 동강 일대 최고봉 백운산이 장수처럼 버티고 섰다.

물레재 정상에는 솔숲이 우거지고, 서낭당이 자리한다.

물레재는 옛날 고갯마루에 실을 뽑는 물레가 걸려 있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연포마을과 소사마을 사람들이 장에 가려면 물레재를 넘어야 했다.

도로가 없을 때는 걸어서 험한 고개를 넘었다. 서낭당에 그 시절 주민들의 애환과 기원이 담겨 있다.

물레재에서 내려오면 소사마을이다.

산비탈에 들어앉은 마을이 수려한 뼝대와 동강을 바라본다.

비료를 뿌린 널찍한 사과밭이 평화롭다.

소사마을에서 내려오면 동강을 건너는 세월교와 만난다. 다리가 없던 시절, 연포마을은 동강으로 끊긴 섬 같았다.

여기서 줄배를 타고 연포마을로 들어갈 때, 얼마나 설렜던가.

연포분교는 캠핑장을 꾸미면서 많이 변했지만, 학교 건물은 옛 모습 그대로다.

오지 캠핑 장소로 마니아 사이에 인기다. 연포분교는 영화 〈선생 김봉두〉 촬영장으로도 유명하다.

옛 분교의 아름다운 모습이 영화에 오롯이 남았다. 연포분교캠핑장 마당에서 뼝대 세 봉우리가 잘 보인다.

주민들은 칼봉, 둥근봉, 큰봉이라 불렀다. 연포마을에는 달이 세 번 뜬다는 말이 있다.

달이 세 봉우리에 가렸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연포분교는 1969년 개교해 졸업생 169명을 배출하고 1999년 폐교했다.

캠핑장 옆에 연포상회가 있어 반갑다. 연포상회는 마을의 유일한 가게이자 식당으로, 오래전부터 이 자리를 지켰다.

소사마을에 살던 곤옥란 씨 부부가 20여 년 전에 인수했다.

곤 씨의 세 아들도 연포분교를 나왔다.

대처로 나간 세 아들은 지금도 명절에 모이면 줄배 타고 등교하던 시절을 이야기하며 웃는다고 한다.

성주에서 보내는 느긋한 휴가 한개마을과 포천계곡

성주에서 보내는 느긋한 휴가 한개마을과 포천계곡

성주에서 보내는 느긋한 휴가 한개마을과 포천계곡

해안길 걸으니 부산이 품에 안긴다 부산 이기대 해안산책로

참외가 노랗게 익어가는 6월이다. 이 무렵 성주에 가면 농장에서 갓 딴 참외를 판매하는데,

한 봉지만 사도 차 안이 온통 달큼한 냄새로 가득하다. 옛 골목이 아름다운

한개마을을 천천히 걷다가 시원한 포천계곡에 앉아 아삭한 참외를 한입 베어 물면, 그보다 여유롭고 느긋한 휴가가 또 있을까 싶다.

성주 한개마을은 안동 하회마을, 경주 양동마을과 더불어 주민들이 살며 옛 모습을 지켜가는 전통 마을이다.

뒤쪽으로 영취산이 포근히 감싸고, 앞으로 두 하천이 만나서 흘러가는 전형적인 배산임수 길지다.

한개는 ‘큰 개울’ ‘큰 나루’를 뜻하는 순우리말인데, 과거 마을에 큰 개울이나 나루가 있던 데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한개마을은 성산 이씨 집성촌이다. 조선 세종 때 진주목사를 지낸 이우가 들어와 개척한 마을로,

오랜 역사만큼이나 수많은 인물을 배출했다. 사도세자의 호위 무관으로, 뒷날 정조가 되는

세손을 업고 몸싸움 끝에 입궐해 영조에게 아비를 살려달라 청할 수 있도록 도운 돈재 이석문이 한개마을 출신이다.

그는 이 사건으로 관직을 빼앗기고 낙향해 평생 은거했는데, 사도세자를 추모하는 뜻에서

여닫이문을 북쪽으로 냈다는 북비고택(응와종택, 경북민속문화재)이 바로 돈재가 머물던 곳이다.

돈재의 증손자이자 조선 유림을 대표하는 문장가 응와 이원조도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랐다.

일찍이 벼슬길에 올라 병조참판을 지냈는가 하면, 1866년 병인양요가 발발하자 75세 노구에도

의병을 모집해 나라를 지키는 데 앞장섰다. 이 같은 업적 덕분에 응와종택은 대감댁으로 불린다.

조선 후기 대학자로 꼽히는 한주 이진상과 그의 아들이자 독립운동가 대계 이승희도

한개마을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한주는 ‘심즉리설’을 내세워 당대와 현대 철학자들에게 주목받았다.

대계는 을사오적을 참수하고 조약을 파기하라는 상소를 올렸다가 대구감옥소에 투옥되고,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만국평화회의에 일제 침략을 폭로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이들 부자의 숨결이 남아 있는 대산동 한주종택(경북민속문화재)은 국가보훈처에서 현충 시설로 지정했다.

한때 100여 채에 이르던 집은 현재 70여 채 남았다. 대부분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반에 지은 집으로,

그 원형을 잘 간직해 지역의 건축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대산동 교리댁(경북민속문화재)은 멋스러운 사랑채와 잘 가꾼 정원이 아름답다.

현재 보수공사 중이라 온전한 모습을 감상하기 어렵지만, 우아한 곡선미를 자랑하는

사랑채 툇보에서 경북 한옥의 미를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다.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튼 ㅁ’ 자형 배치가 두드러진 대산리 하회댁과 도동댁,

대산동 월곡댁 등도 경북민속문화재로 지정돼 눈여겨볼 만하다. 후손이 거주하는 공간이다

보니 문이 닫힌 경우, 외부 관람만 가능하다. 그렇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흙과 돌을 섞어 쌓은 정겨운 담장이 고택을 이어 골목이 호젓하다.

초여름의 싱그러운 초록빛과 알록달록 피어난 꽃이 어우러져 느긋하게 산책하기 좋다.

한개마을에서 자동차로 20여 분 거리에 포천계곡이 있다. 가야산이 빚어낸 그림 같은 계곡으로,

반석의 짙푸른 무늬가 베[布]를 널어놓은 것 같다고 포천이란 이름이 붙었다. 7km에 이르는 물줄기를

따라 곳곳에 너럭바위와 작은 폭포가 펼쳐져, 주민들이 즐겨 찾는 피서지이자 물놀이 명소다.

포천계곡에 처음 간다면 상류에 자리한 성주 만귀정(경북문화재자료)을 목적지로 추천한다.

한개마을 출신 이원조가 만년에 후학을 양성하고 자연을 벗 삼아 독서하던 곳이다.

포천계곡의 아름다운 풍광을 꼽은 포천구곡 가운데 9곡에 속하는 홍개동 근처라 풍광이 빼어나다.

물빛이 맑고 크고 작은 바위 사이로 계단처럼 이어진 폭포가 한낮의 무더위를 시원스레 날린다.

한개마을에서 포천계곡으로 향하는 길에 성주역사테마공원도 들러보자.

성주의 옛 모습을 재현한 공원으로, 기록으로 남은 성주읍성을 비롯해 객사

연못에 세웠다는 쌍도정과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한 성주사고

등이 볼거리를 더한다. 특히 성주사고는 조선 전기 4대 사고 중 하나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실록각 2층에 관련 전시 공간을 마련해 방문객의 이해를 돕는다.

해안길 걸으니 부산이 품에 안긴다 부산 이기대 해안산책로

해안길 걸으니 부산이 품에 안긴다 부산 이기대 해안산책로

해안길 걸으니 부산이 품에 안긴다 부산 이기대 해안산책로

정겨운 시골 인심 삼척 산양농산촌체험마을

“섬의 봉우리가 동쪽에서 보면 여섯, 서쪽에서 보면 다섯으로 보인다.” <동래부지>에 기록된 오륙도의 설명이다.

부산의 상징이랄 수 있는 섬, 오륙도. 그 곁 해안에 멋진 바위 절벽과 널찍한 바위 자락이 이어지는 경관이 있다.

장산봉(장자산 224m) 기슭의 이기대 해안산책로다.

오륙도와 이기대는 모두 화산 분출로 이뤄진 국가지질공원이다.

오륙도-이기대 지질공원은 경관이 빼어나고 볼거리가 많으며 전망 좋은 산책로가 조성돼 있어 사철 탐방객 발길이 이어진다.

부산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기대의 멋진 해안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탁 트인 바닷가 경치를 감상하는 일정을 짜볼 만하다.

중생대 백악기 화산 분출로 이뤄진 퇴적암 지층에 기이하고 놀랍고 신비로운 지질 특성이 나타난다.

또한 근현대 사람살이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 있고, 무엇보다 걷는 내내 부산의 멋진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

부산의 상징 오륙도를 만나다

이기대 해안산책로는 남쪽 오륙도선착장에서 장산봉 자락 해안을 따라 북쪽 끝 동생말까지 이어진 4.7km의 도보길이다.

출발점은 남쪽 오륙도선착장으로 잡는 것이 수월하다.

해안산책로가 북쪽으로 갈수록 완만해지기 때문이다.

남쪽엔 가파른 산길 구간이 몇 곳 있다.

하지만 거의 전 구간이 데크길, 계단길로 조성돼 있어 쉬엄쉬엄 오르내린다면 크게 어려운 구간은 없다.

오륙도선착장은 이기대 해안산책로 출발점이기도 하고, 동해안을 따라 멀리 강원도 고성까지 이어지는 해파랑길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오륙도는 방패섬, 솔섬, 수리섬, 송곳섬, 굴섬, 등대섬 등 6개의 작은 바위섬 무리를 말한다.

방패섬과 솔섬은 육지 쪽(승두말)에 가까이 붙어 있고, 나머지 4개 섬은 조금 떨어진 채 나란히 도열해 있다.

선착장 쪽에서 오륙도의 온전한 모습은 볼 수 없다. 6개 섬의 모습을 모두 보려면 영도 쪽으로 가거나 배를 타고 나가야 한다.

화산 분출 때 층층이 쌓인 쇄설물 퇴적암

중생대 백악기 말 부산의 해운대 쪽 장산과 영도의 봉래산 지역에서 대규모 화산 분출이 여러 차례 일어났다.

오륙도와 이기대 일대 지층은 장산에서 분출한 화산 쇄설물이 퇴적된 것이다.

화산 분출의 흔적을 스카이워크 쪽으로 오르면서 확인할 수 있다.

커다란 바윗덩이 옆면에 크고 작은 바윗돌이 박히거나 입자가 작은 연한 잿빛 층이 켜켜이 쌓여 있다.

화산 분출 때 날아온 쇄설물이 차례로 쌓인 지층이다.

폭발 때 먼저 굵직한 각력(각이 진 돌, 모자갈)들이 날아와 쌓였고 이어 고운 입자의 화산재가 내려앉아 굳은 것이다.

바위엔 굵은 돌이 쌓인 층(화산각력암층)과 화산재가 굳은 잿빛 층(응회암층)이 세 단계나 겹쳐져 있다.

화산 폭발이 최소 3차례 이상 진행됐다는 증거다.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지 않으면 전혀 몰랐을, 8000만 년 전 시간의 흔적이다. ‘알아야 보인다’는 말이 실감난다.

오륙도 스카이워크는 높이 35m의 바위절벽 위에 만든 길이 15m의 전망대다.

바닥을 유리판으로 만들어 아찔한 발밑 바위 자락 경치를 내려다볼 수 있다.

여기서 오륙도 너머 왼쪽 바다를 바라보면 수평선에 걸린 일본 쓰시마섬이 희미하게 눈에 잡힌다.

지리적으로,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와 가까운 땅이다.

이 일대 지명이 승두말(잘록개)이다.

지형이 말안장 모습을 닮아 붙인 이름인데, 오륙도 쪽을 향해 튀어나온 작은 반도의 형태다.

12만 년 전까지 오륙도 섬무리는 승두말과 이어진 긴 반도 모습이었다고 한다.

오랜 세월 파도의 침식을 받아 깎여나가면서 현재의 지형이 만들어졌다.

이기대 자연마당은 널찍한 전망공원이다.

이곳과 왼쪽 고층아파트 일대는 과거 한센병 집단거주지역이 자리하고 있었다.

옆 언덕엔 일제강점기 일본군 포진지 터도 있었다고 하는데 ‘경관을 해친다’ 해서 파묻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의 아픈 흔적도 역사적 기록물이라는 점에서 아쉬운 조처다.

정겨운 시골 인심 삼척 산양농산촌체험마을

정겨운 시골 인심 삼척 산양농산촌체험마을

정겨운 시골 인심 삼척 산양농산촌체험마을

진주대첩과 논개로 유명한 호국충절의 성지

아궁이에 불을 피워 가마솥에 순두부를 끓여 먹고, 초가집 아랫목에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마을이 있다.

삼척시 끝자락에 자리한 산양농산촌체험마을이다.

할머니들과 정겨운 인심을 나누고, 함께한 이들과 추억을 쌓는 마을로 들어서자.

구불거리는 산길이 조금 힘들어도 마을에는 훈훈한 정이 가득하다.

오래전에는 공식적인 주소와 별도로 몇 가구가 모인 곳마다 이름이 있었다.

산양농산촌체험마을도 예외는 아니다. 예부터 불린 동네 이름은 종현마을.

옛날 산골짜기에 위치한 이 마을에 작은 사찰이 있었다.

사찰도 마을도 무척 작아 외부에 알릴 길이 없었는데,

사찰 주지 스님이 작은 종을 세워두고 아침저녁으로 종소리를 퍼뜨렸다고 한다.

그때부터 이 마을이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이곳을 종현마을이라 불렀다.

동네 할머니들이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그 시절 이야기를 들려준다.

산양농산촌체험마을이 조성되고 전통 놀이를 즐기는 마당 한가운데 작은 종이 세워졌다.

이 종은 마을 전설과 별개로 만들었지만, 이곳에 찾아와 옛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종을 한 번씩 울리며 마을에 당도했음을 알린다고.

마을에 들어서고 벗어나며 종 한 번 울리는 것으로 “나 왔소, 나 가오” 하며, 산천초목과 할머니들에게 정겨운 인사를 전해보자.

할머니들과 함께하는 농촌·산촌 체험

산양농산촌체험마을은 삼척시 관할로 운영되지만, 손님을 맞이하고 마을을 지키며 시설을 관리하는 것은 이곳 주민의 몫이다.

마을 바로 위 언덕에 사는 할머니들이 직원으로 근무한다.

숙박동의 청소며 침구 세탁, 체험 준비와 진행 등이 모두 할머니들 업무다.

일이 힘에 부치지 않을까 싶지만, 텃밭을 일구며 살아가던 자신들에게 소일거리와 함께 아들딸,

손자, 손녀가 수백 명 생긴 셈이라고 말한다.

산양농산촌체험마을은 사시사철 농촌·산촌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시설로 조성되었다.

농기구 창고에서 전통 농기구를 구경하고, 그 옆 체험장에서 직접 사용해본다.

봄부터 가을까지 토마토, 호박, 가지, 상추, 깻잎 등 각종 텃밭 채소를 거둬 먹을 수 있는 채소원이 운영된다.

봄이면 산나물과 송이 채취, 여름이면 옥수수와 감자 수확 체험도 가능하다.

가을에는 마을 곳곳에서 감을 따 먹고, 톡톡 떨어진 밤과 도토리도 주울 수 있다.

마을 옆으로 개울이 흐르는데, 여름이면 수변 공원과 수영장이 운영되고, 겨울에 물이 얼면 썰매장이 된다.

마을 동산에는 눈썰매장도 있다. 전통 놀이 마당에 있는 그네와 널은 누구나 언제든지 이용 가능하다.

떡 만들기와 두부 만들기는 사철 체험인데, 각 체험실이 별도로 운영된다.

그중 더 인기 있는 것은 두부 만들기 체험이다. 아궁이와 가마솥, 맷돌 등을 이용해 만들기 때문이다.

체험 전날 할머니들은 마을에서 수확한 콩을 물에 불린다.

체험은 불린 콩을 맷돌에 가는 것부터 시작된다.

맷돌 가는 것이 수월하지 않을 텐데 아이들은 힘든 줄 모른다.

아궁이에 불을 피워 가마솥에 물을 끓이고, 맷돌에 간 콩에 끓인 물을 부어 삼베 주머니에 거른다.

콩 찌꺼기는 비지, 콩 물은 가마솥에 끓이면 순두부가 된다.

체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끓인 순두부를 한 대접씩 후루룩 맛본다.

남은 순두부는 누름판에 넣고 단단하게 눌러 모두부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