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옛길 2구간 자연과 역사의 교차로

무등산 옛길 2구간 자연과 역사의 교차로
무등산 옛길 2구간 자연과 역사의 교차로
사람들에게 무등산(1,187m)은 바로 '광주의 어머니 산'이라 불립니다.
그 모습은 마치 어떤 시련에도 흔들림 없이 자식을 품어주는 어머니 같지요.
광주광역시 북동쪽에 묵묵히 자리한 이 산은 웅장하고도 상서로운 기운을 뿜어냅니다.
그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옛사람들의 발길을 따라가 볼 수 있는 특별한 길, 무등산 옛길이 존재합니다.
이 길은 총 3구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오늘 소개할 제2구간은 원효사에서 시작해 제철유적지를 지나 서석대 정상에 오르는 약 4.12km의 여정입니다.
걸음을 내딛을수록 무등산의 깊은 역사와 자연의 숨결을 만나는 묘미를 선사하죠.
제2구간의 출발점은 원효사 주차장입니다. 시내버스 종점과 연결되어 접근성이 뛰어나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곳이지요.
이곳에 자리한 원효사는 신라 문무왕 시절 원효대사가 머물던 암자로, 오랜 역사를 간직한 고찰입니다.
6·25 전쟁으로 소실되었다가 복원되는 과정에서 백제 토기와 통일신라 불상 등 다양한 유물이 출토되며 그 가치를 더욱 높였습니다.
특히 의상봉을 마주한 아늑한 풍경 속에서 산의 정기를 느끼며 잠시 산사를 둘러보는 것도 좋습니다.
본격적인 걷기는 무등산 옛길의 이정표를 따라 시작됩니다.
울창한 원시림이 만들어내는 초록 터널 속에서 새소리와 물소리를 배경 삼아 발걸음을 내딛으면, 어느새 일상의 무거움이 차츰 사라집니다.
약 30분 정도 걸으면 임진왜란 당시 충장공 김덕령 장군이 창과 칼을 만들고 무훈을 펼치던 곳, 제철유적지에 다다릅니다. '주검동'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이 계곡 일대는 과거의 흔적이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 있지요.
바닥에 흩어진 철조각과 함께 장군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새겨진 글씨가 바위에 남아 있습니다.
유적지를 지나면 길은 점점 가팔라집니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고갯길을 따라가다 보면 또 하나의 흥미로운 장소인 물통거리와 마주하게 됩니다.
나뭇꾼들이 땔감과 숯을 나르던 옛길로, 초가지붕 우물터까지 남아 있어 그 옛날의 풍경을 상상하게 만듭니다.
한때 군부대가 보급품을 실어 나르던 길이기도 했던 이곳은 지금은 여행자들에게 아늑한 쉼터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물통거리에서부터 시작되는 '깔딱고개'는 경사가 상당하지만 무등산 트레킹의 백미입니다.
숨이 찰 만큼 가파르기로 유명한 이 구간을 힘겹게 올라 안내센터에 다다르면, 서석대 정상까지 단 500m가 남습니다.
피곤한 몸을 추스르고 마지막 힘을 짜내 정상에 오르는 순간, 보상은 그야말로 기대 이상입니다.
서석대는 화산 폭발로 형성된 거대한 주상절리가 감탄을 부르는 곳으로, 내륙 최대 규모를 자랑합니다.
함께 자리 잡은 입석대와 규봉까지 더해져 무등산의 대표적인 절경으로 손꼽히지요.
시조 시인 노산 이은상이 서석대를 '수정병풍'이라 비유하며 극찬했던 이유를 마주하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전망대에서 숨 돌리며 내려다보는 풍광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습니다.
특히 가을, 중봉 능선을 따라 억새가 황금빛 물결을 이루는 모습은 단연 압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