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개항장 낡은 건물의 재발견
인천 개항장 낡은 건물의 재발견
복닥거리는 차이나타운 옆, 인천 개항장 근대역사문화타운은 개항 후 13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차이나타운에 비해 한가로운 거리 곳곳에 흑백 사진을 닮은 공간이 숨은 듯 자리한다.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건물을 재활용해 감각적인 카페나 갤러리로 거듭난 공간을 찾았다. 색 바랜 시간 속을 거닐어보자.
인천중구청 방면으로 가다 보면 일본식 목조 가옥들이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1883년 인천 개항 이후 수탈의 상처가 남은 아픈 흔적이지만, 차이나타운과 일본식 건물이 뚜렷하게 나뉜 풍경이 이채롭다.
오래된 교회와 카페, 박물관이 오밀조밀 모인 거리에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 팻말이 걸린 건물이 눈에 띈다. 100년 넘은 3층 목조 주택에 들어선 카페 팟알이다.
주말이면 단팥죽과 팥빙수를 찾는 사람들로 늘 북적인다.
인천에서 시민문화운동을 해온 백영임 씨가 이 자리에 카페를 연 것은 무엇보다 건축의 가치 때문이다.
이 건물은 일제 때 한국인 노동자 100여 명이 지내던 하역회사 사무실 겸 숙소였다.
해방 후 한약방, 농협, 신문사 등 다양한 용도로 쓰였다.
1880년대 말~1890년대 초 사이에 지어진 건물임이 드러나면서, 백 사장은 전문가의 조언을 얻어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부터 살폈다.
기록으로 전하는 한, 3층으로 된 일본식 점포 겸용 주택이 원형으로 남아 있는 사례가 없었다고.
내부 구조를 최대한 살려 오랜 시간 복원 작업에 매달렸다.
“새로 만드는 것보다는 남아 있는 걸 잘 지키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요.
인천의 근대 건축물들이 가치를 알리기도 전에 사라지는 게 안타까웠죠.
복원하더라도 역사를 박제한 공간보다 사람들이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카페가 되길 바랐어요.
” 팟알은 2012년 문을 연 이듬해, 건축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 제567호로 지정되었다.
카페 내부는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감돈다. 옛 모습 그대로 노출된 나무 천장과 뒤뜰의 소담한 정원, 어머니가 쓰던 재봉틀을 활용한 테이블,
1918년에 제작한 전화기 등 손때 묻은 소품이 멋스럽게 어울렸다.
카페 입구에 개항기 모습을 볼 수 있는 엽서와 책자 등을 전시해놓았는데 판매도 한다. 2~3층에는 예약제로 운영하는 다다미방이 마련되어 있다.
팟알의 대표 메뉴는 국내산 팥으로 만든 단팥죽과 팥빙수, 꿀을 듬뿍 넣고 직접 구운 나가사키 카스테라다.
옛날 이곳 학교 근처 분식집에서 5전 주고 사먹던 단팥죽 맛을 기억하며 찾아오는 손님이 많다.
단팥죽과 함께 주말이면 하루 100그릇으로 한정해 파는 팥빙수, 1960~1970년대 결혼식 때 답례품이던 카스테라도 옛 맛을 추억하며 찾는 손님이 많다.
팟알에서 인천중구청을 끼고 왼쪽 골목으로 접어들면 관동갤러리로 이어진다.
개항 후 이 일대에는 영사관과 경찰서 등이 밀집해 있었다. 관청이 많이 모여 있어 관동이라는 지명이 붙었다.
지역 이름을 따서 지은 관동갤러리는 한·중·일의 문화 교차점이라는 지역 특색을 살려 개성 있는 전시를 연다.